오피니언

[CEO&Story]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

날씨 팔아서 돈번다고 '21세기 김선달' 취급

이젠 '날씨경영 컨설턴트' 진가 알아봐주죠



MIT 박사과정 포기하고 CEO 결심
민간예보사업에 무작정 뛰어들어

조선소에 페인트칠 날짜 알려주고
농업인 작물 컨설팅 등으로 시작
맞춤형 날씨정보로 120억 매출 이뤄


미세먼지 예보 등 토털솔루션 구축
장기적 성장 위해 내년에 상장할 것


"예전에는 영업실적이 좋으면 최고경영자(CEO)의 능력 덕분이고 안 좋으면 날씨 탓이라고 했죠. 이제는 날씨 핑계 못 댑니다. 날씨로 인해 실적이 안 좋으면 날씨 변화에 대처하지 못한 CEO 탓인 거죠."

최근 서울 구로구 본사에서 만난 김동식(45·사진) 케이웨더 대표는 '날씨경영 전도사'다. 공짜라고 생각했던 날씨정보를 판매해 연 매출 100억원이 넘는 회사를 일궈냈다. '21세기 봉이 김선달'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하지만 그가 제공하는 맞춤형 날씨정보는 공짜로 생성된 것이 아니다. 기상 관련 각종 데이터를 가공한 뒤 수치예측 모델을 수립해 나온 성과물이다. 전문 인력과 장비가 투입돼 부가가치가 형성된 것이다. '김선달'보다는 '데이터 구루'라는 별명이 더 어울려 보인다. 실제 그는 지난해 말 미래창조과학부 주최로 열린 '초연결 창조한국 비전선포식'에서 정부 산업포장도 받았다.

그는 학창 시절 공대 모범생이었다. 한양대 기계공학과에 입학했고 전체 수석으로 졸업했다. 공부에 소질이 있었던 만큼 유학은 필수였다. 학부를 졸업한 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 입학했다. 당시 한양대 학부생이 명문대학인 MIT에 바로 입학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MIT에서의 유학 인생은 그의 진로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는 "당시 좋은 성적을 받아 박사과정이 유력해 보였던 미국인 동기생이 '박사과정을 포기하고 애니메이션 업체에 취직할 계획'이라는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에게 한걸음에 달려가 이유를 물었다. 친구 얘길 듣고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친구 말은 이랬다.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이 이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어.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하면서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러 가겠어."

그가 MIT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박사과정을 포기한 이유다. 담당 교수와 가족이 모두 박사과정을 밟길 권유했지만 '마이 웨이'를 외쳤다. 그는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사업을 하고 싶었다"며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하지 않아 학문적 지식이 부족했고 실무라도 익혀보자는 생각에 컨설팅회사에 입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아서디리틀(Arther D. Little)에 입사했고 틈틈이 사업 아이템을 수집하고 분석했다.

그의 인생을 결정 지은 사업 아이템은 우연히 찾아왔다. 휴가 기간 아버지로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민간예보사업이 시작됐다"는 사실을 전해 들은 것이다. 당시만 해도 국가기관인 기상청이 광역 날씨예보를 전담하면서 골프장·놀이공원 등 기업이 필요로 하는 맞춤형 날씨정보가 부족했다. 정부가 이의 보완책으로 이른바 '맞춤형 예보'를 위해 민간사업자에게 기상예보 사업의 길을 열어준 것이다. 그는 "처음에는 우리나라에서 기상정보회사를 운영하기 위한 컨설팅을 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는데 날씨 분야를 공부할수록 사업 기회가 보이기 시작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자연재해가 늘어나면서 기상정보사업은 성장성이 높은 분야라는 생각이 들어 기상업체를 직접 차리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자본금 500만원을 들여 민간기상업체를 차렸다. 1997년 7월1일 기상청에 등록된 국내 최초의 민간예보사업자였다. '맨땅에 헤딩' 식으로 시작한 사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 날씨정보를 필요로 하는 기업을 찾아 '돈 주고 날씨정보를 받으라'고 설득해야 했다. 기업들은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날씨정보를 돈 주고 사는 것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초라한 사무실로 인해 계약서 사인을 눈앞에 두고 무산된 적도 있다. 한 철강업체와 날씨정보 제공 서비스 계약을 구두로 약속했는데 철강업체 직원들이 케이웨더 사무실을 방문한 뒤 '없던 일로 하자'고 부리나케 떠나버렸다. 당시 사무실은 창고 식 건물 한편에 조그맣게 마련한 공간이었고 철강업체 직원들은 케이웨더가 너무 영세하다고 판단해 떠나버린 것이다. 제대로 된 마케팅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거물급 인사를 영입했다. 1990년대 TV를 틀면 나왔던 김동완 날씨 캐스터를 임원으로 불러들인 것이다.

김 캐스터와 콤비로 다니면서 영업을 하자 "김동식 사장이 김동완 캐스터 아들"이라는 오해도 여러 차례 받았다. 3년 안에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자는 생각에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니면서 친구들에게는 또 다른 오해를 사기도 했다. 잘나가던 공학도였던 그가 엉뚱한 일을 한다는 소문이 와전된 것이다. 한 친구가 "동식이는 요새 '웨더(weather)'한다더라"고 말한 것이 사람들 사이에 "동식이가 요새 외도한다"고 퍼지면서 엉뚱하게 불륜남이 되기도 했다.

김 사장이 창립한 케이웨더는 3년 만에 자리를 잡았다. 1999년에는 10억원의 매출과 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그는 "반신반의하며 돈을 주고 날씨정보를 받은 업체에서 그 효과를 거두면서 고객이 늘어나게 된 것"이라며 "맞춤형 날씨정보가 기업의 실질적인 경영개선 효과로 이어진다는 점이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선소였다. 당시 조선소는 페인트칠을 했다가 비가 와서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A조선소에서 케이웨더와 날씨정보 계약을 맺은 것이다. 김 대표는 "다른 조선소들은 포괄적인 날씨정보를 바탕으로 비가 안 올 것이라고 판단해 페인트칠을 했는데 A조선소는 케이웨더로부터 구체적인 지역 날씨 정보를 받고 인원을 철수시켰다"며 "결국 비가 내리면서 조선소들이 특화된 날씨 정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원도 한 지역의 농촌 청년회와의 계약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청년회 직원들이 케이웨더 소문을 듣고 사무실을 먼저 찾았다. 그들은 "이번 여름에 날씨가 어떻게 될 것이며 어떤 작물을 심으면 좋을지 막막해서 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날씨예상 모델을 가동한 뒤 파프리카 모작을 권유했고 구체적인 파종시기도 컨설팅했다. 6개월 뒤 청년들은 파프리카가 풍작이라며 감사 인사를 위해 농산물을 들고 사무실을 다시 방문하기도 했다.


회사는 지속적으로 성장해 창립 10년이 되던 2007년 12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는 "창업 초기에는 공짜인 날씨정보로 돈을 받으려는 '봉이 김선달' 취급을 받았다"며 "날씨경영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설파하면서 10년 만에 비로소 날씨경영 컨설턴트로 인정받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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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초기에는 날씨 관련 기업 컨설팅뿐이었지만 이후 날씨방송사업도 시작했고 기상장비 판매업으로도 사업영역을 넓혔다.

기상장비 판매는 그에게 시련을 주기도 했다. 지난 2011년 기상관측장비인 라이다(LIDAR)를 기상청에 납품한 것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기상청으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검찰은 수사 1년 9개월 만인 지난해 8월 김 대표를 무혐의 처분했다. 김 대표는 "기상관측 데이터를 잘 이해해야 좋은 예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기상장비 사업으로 분야를 넓혔다"며 "우리나라는 정보기술(IT) 부문이 강한 만큼 관측장비 개발 기술이 충분한데 납품과 관련 형사고발 사건들이 종종 벌어지면서 발전이 저해되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국의 기상사업은 여전히 기회가 많은 시장이다. 우리나라 기상산업은 1997년 4억여원 규모에 불과했다. 민간예보사업이 시행되면서 2011년 2,200억원 규모로 성장했고 앞으로 수조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는 "미국은 기상산업 종사자만 3만여명에 달하며 기상산업 시장규모도 9조원에 달한다"며 "일본 역시 기상산업의 시장 규모가 5조원이 넘는 만큼 우리나라의 기상산업도 수조원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갈수록 날씨경영으로 대박 나는 기업들이 많아지는 점도 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아웃도어 업체인 블랙야크는 2012년 케이웨더와 장기기상정보 제공계약을 맺었다. 케이웨더는 2013년 가을겨울 시즌과 관련해 한파가 몰아칠 것이라고 전망했고 블랙야크는 방한용 장갑과 부츠 등의 생산을 늘리고 다운점퍼의 입고 시기도 앞당겼다.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당시 매서운 한파가 이어지면서 블랙야크는 30%의 매출성장을 기록했다. 식품업체인 파리바게뜨 역시 마찬가지다. 파리바게뜨는 비가 올 때 피자빵이 잘 팔린다는 데이터를 구축해놓았다. 파리바게뜨 서울 강남 본점은 우천 예보가 뜨면 피자빵을 평소보다 30~40% 더 만든다.

김 대표는 기상산업이 계속 성장함에 따라 케이웨더의 덩치를 키울 방안도 여러 가지 구상했다. 우선 실생활에 밀접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큰 미세먼지 예·경보와 대책 마련을 강화하는 사업을 확장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케이웨더에서 매일 미세먼지 수치를 알려주는 예보를 하고 있다"며 "미세먼지 예보와 더불어 해결방안 등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면 회사도 성장하고 시민들의 건강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이웨더는 어느덧 창립한 지 18년, 사람으로 치면 성인의 길에 접어들었다. 김 대표는 내년에 큰 변화를 준비 중이다. 바로 증권시장 상장을 고려하고 있는 것. 그는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상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며 "올해 미세먼지 측정기판매 등 신규 사업에서 좋은 성과를 내면 내년에 상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진=권욱기자

He is…

△1970년 6월 서울 △서울 현대고 △한양대 기계공학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석사 △1996~1997년 아서디리틀컨설팅사 경영컨설턴트 △1997~현재 케이웨더 대표 △2005~2009년 한국기상산업진흥원 이사 △2011~2013년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 △2010~현재 한국DB산업협의회 수석부회장 △2014~현재 정부업무평가위원회 2014년도 국정과제평가지원단 위원



책 3권 직접 집필… 기업에 날씨경영 중요성 전파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는 3권의 책을 직접 집필하며 기업들에 '날씨경영'을 전파해오고 있다. 처음 책을 쓴 것은 2001년이다. 제목도 투박한 '날씨장사'였다. 그는 "당시에는 '날씨경영'이라는 단어조차 낯설 때여서 사람들이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날씨장사'라는 용어를 썼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책에서 날씨로 성공하는 기업의 9가지 특징을 정리했다. 이 가운데 중요한 2가지를 꼽자면 첫 번째는 '날씨에 따라 변하는 고객 심리를 활용하라'이다. 비가 오거나 심하게 더울 때, 혹은 강추위가 이어질 때 등 날씨에 따라 변화하는 고객 심리를 예상하고 이에 맞는 마케팅을 펼치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날씨 때문에 입을 수 있는 손해를 예방하라'이다. 날씨보험과 날씨파생상품을 활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2006년 두 번째 책을 선뵀다. 제목은 이전보다 세련된 '날씨경영'. 그는 이 책에서 다양한 날씨경영 비즈니스 모델들을 소개했다. 백화점의 날씨위험관리모델, 테마파크의 날씨경영모델, 농작물 관리를 위한 날씨통합시스템, 건설현장의 날씨통합시스템 등을 책에 담았다. 또 현대건설·대우건설·CJ홈쇼핑·한국가스공사 등 각 기업이 활용하고 있는 날씨경영사례들도 상세하게 설명했다.

2013년에는 날씨경영의 완결판이 출간됐다. 이번에는 일반 독자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책 제목도 '날씨 읽어주는 CEO'로 정했다. 그는 이 책에서 "날씨경영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성장세가 두드러진 글로벌 기상 관련 업체들을 소개했다. 일본 기상정보업체인 '웨더뉴스'는 해외에 근무하는 직원만 300명이 넘는 등 전 세계 14개국 35개 도시에 기상정보를 판매하고 있다. 미국 역시 800명이 넘는 직원이 근무하는 방송업체 '웨더채널'은 꾸준하고 안정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어느덧 출판계의 소문난 저자가 된 김 대표의 네 번째 책은 언제쯤 나올까. 김 대표는 손사래를 치며 웃음 지었다. "저는 출판계에서 은퇴하고 우리 회사 직원들이 좋은 책을 쓸 수 있도록 후원해야죠."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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