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들(Internets)'에 많은 허위 소문이 돈다는 얘기를 들었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2004년 대선 토론회에서 단수인 인터넷을 '인터넷들'이라고 말해 무지의 소치라며 조롱을 받았다. 인터넷은 통신망과 통신망을 연동해 놓은 망의 집합을 일컫는 말로 현재 지구에서는 유일한 존재다. 고유명사이기 때문에 복수형을 쓸 수 없음에도 부시는 2004년 이후 최근까지도 인터넷을 '인터넷들'이라고 말해 매번 화제의 대상이 됐다. 우리에게는 다소 말장난처럼 들리는 이 같은 용어 논쟁은 이 뿐만 아니다. 인터넷과 웹 역시 최근 용어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인터넷과 웹은 최근까지 동일어로 사용돼 왔다. 웹은 인터넷 공간을 의미하기 때문에 전세계 하나로 연결돼 있는 웹 역시 인터넷과 다를 바 없는 의미로 해석됐고 하나의 공간이므로 고유명사로 쓰이고 있다. 웹은 1990년 유럽의 한 연구소에서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방대한 자료를 효과적으로 공유하기 위해 '월드와이드웹(WWW)'을 개발해 문서끼리 링크를 걸어 놓으면서 탄생했다. '개방성'을 바탕으로 탄생한 웹은 전세계를 빠르게 하나로 묶기 시작했다. 웹은 폭발적인 인터넷 열풍을 불러왔고 모든 정보를 통합하는 단일한 애플리케이션이 될 것으로 여겨져 왔다. 웹과 인터넷은 그 동안 서로 깊게 융합돼 둘을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워질 정도로 동의어가 됐다. 그런데 최근 '인터넷=웹'으로 이해하는데 혼동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급기야 부시 전 미 대통령의 '인터넷들'이라는 말이 선견지명적 언행이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인터넷이 급속도로 거대해지고 외부의 다양한 변수로 인해 분단 위협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지구의 유일한 존재이자 한 공간인 '인터넷(웹)'이 여러 공간으로 나뉘고 쪼개지게 되면서 고유명사로 사용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인터넷이 개방성과 보편성을 잃고 있다"며 "인터넷의 상업적 이용을 허용한 1995년 이후 15년 만에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이 '장벽으로 둘러싸인 웹(Walled Wide Web)'으로 전락할 위기에 직면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인터넷은 상호 연결이 곧 이익을 창출했기 때문에 전세계를 하나로 묶는데 촉매제가 됐지만 최근에는 이익 창출을 위해 분단의 길을 걷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인터넷이 지난 15년간 놀라운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개방된 표준으로 인해 상호 연결이 쉽고 비용도 들지 않아 학계, 기업, 소비자간의 네트워크들을 하나로 합쳐서 녹여내기 쉬웠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정보의 교환으로 큰 이익을 가져다 주었고 또한 기술혁신이 넘쳐나도록 자유롭게 운영됐다. 하지만 최근 다양한 권력들이 인터넷을 끌어들여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점차 인터넷의 보편성이 사라지고 개별 영역으로 나뉘어질 위기에 처했다는 것. 인터넷을 분단하게 놓은 벽 중에 우선 꼽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중국의 '방화벽 만리장성'을 비롯해 이란, 쿠바, 사우디아라비아, 베트남 등 이미 많은 국가들이 국민들의 눈과 손을 제한하기 위해 인터넷 연결을 통제하는 벽이다. 모든 콘텐츠 업체들에 동등한 망 접근권을 부여하는 '개방화' 원칙이 흔들리는 것도 또 다른 벽이 되고 있다. 그 동안 인터넷은 접속 차별을 금지하는 '개방화'를 원칙으로 지켜왔다. 그런데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상업적인 이동통신사들에 의해 이러한 원칙이 흔들리며 각 국가마다 망 개방 여부를 놓고 현재 논쟁이 뜨겁다. 이러한 가운데 세계 인터넷 시장을 리드하는 검색업체 구글과 통신업체 버라이즌이 무선통신에 한해 '망 접근 제한권'을 둘 수 있다는 데 합의했다. 정치권은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폭스뉴스처럼) 보수적인 기존 미디어의 뉴스엔 빠르게 접속할 수 있지만, 진보적 의견이 많은 블로그 사이트 접속을 느리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구글과 버라이즌의 이번 합의가 도화선이 되어 앞으로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나서려는 네트워크 운영사들과 웹사이트 상에서 가격을 올리려고 하는 콘텐츠 제공사들의 상호 이익을 위해 이 같은 움직임이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가장 우려를 낳으며 인터넷의 새로운 벽으로 꼽히는 것은 기업들이 '자신들만의 정원'을 만들면서 영향력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페이스 북은 자신들 사이에서만 통용되는 e메일 서비스를 구축했고, 구글은 웹에 기반한 서비스들을 모아서 한 세트를 만들어 그들만의 왕국을 만들었다. 애플은 아예 휴대전화와 태블릿PC 등 거의 모든 자사 제품에 사용되는 응용프로그랩(앱)을 인터넷에 웹 브라우저가 아닌, 다운받아 설치해야 하는 앱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접속하게 했다. 앱스의 경우 애플이 허용을 해야만 이용자들과 만날 수 있다. 접속 허용권을 스마트폰 개발사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애플의 앱스를 비롯한 앱이 이처럼 인터넷(웹)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애플은 앱스를 통해 어떠한 앱을 허용할 것인지 결정하며 문지기로서 권력을 행세하기 시작했다. 과거 인터넷에서 포털이 관문 역할을 했던 것과 유사하지만 독점권력은 훨씬 많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애플의 앱스는 벌써부터 다른 이동기기뿐만 아니라 심지어 자동차에 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으며 이와 유사한 행보를 걷는 기업들이 앞으로 속출할 전망이다. 애플의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소비자들은 앱을 더욱 선호하기 시작했고 영상ㆍ음악 등 콘텐츠 기업들도 유료화가 어려운 웹보다 '앱 스토어'를 통해 손쉽게 요금을 부과할 수 있는 앱 개발에 더욱 주목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미국 월간지 '와이어드'는 9월호 커버스토리에 "웹은 죽었다"는 기사를 통해 최근 웹이 분단의 역사에 놓인 현상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와이어드는 그동안 이용자가 웹브라우저의 주소창에 주소를 입력하고 전세계 어느 곳이든 자유롭게 찾아다닐 수 있었던 것에 반해 제한된 선택창 속에서 다운로드를 받아 사용하는 '앱'을 선호하기 시작한 것에 대해 '웹 사망론'의 대표적인 근거라며 '웹의 새로운 장벽'이 등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할 베리언 구글 최고경제전문가는 "대다수가 규제와 상업적 속박에서 자유로웠던 초기의 인터넷을 그리워하지만 각국 또는 기업들은 더 많은 인터넷통제를 할 것"이라며 "인터넷 분단이 새로운 변화를 낳겠지만 이는 상대적으로 적은 변화이고 인터넷은 또다시 새로운 세상을 열어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