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환영할만한 금통위의 소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주 소신(?) 있는 결정을 하나 내렸다. 각계의 금리인상 압력에도 불구하고 콜금리를 4.5%로 동결한 것이 그것이다. 금통위의 이번 결정은 정치바람에 휘둘리지 않고 통화신용정책의 독립성과 일관성을 지켜낸 합리적인 결정이라는 점에서 무엇보다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집값의 이상급등이 우려되고 고민스럽기도 하지만 통화정책은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해 결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일 치솟는 집값을 잡는 것이 시급하다고 통화정책의 본질을 넘어 금리인상 카드를 내밀 때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금통위의 이날 결정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당하다고 할 수 있다. 금리정책은 종합적인 경제흐름을 고려해 결정해야 하는 것이지 집값이라는 단일 변수 때문에 오락가락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실제 인위적인 금리인상이 미치는 영향은 광범위하다. 시장흐름에 반(反)하는 금리인상은 한계기업과 빚이 많은 가계에 결정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 소비위축을 불러와 경제시스템을 망가뜨릴 우려도 있다. 금통위가 콜금리를 올리지 않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주지해야 할 것은 금통위의 이 같은 소신이 일회성으로 그쳐서는 안된다는 데 있다. 이번 결정으로 한은과 금통위가 통화정책의 집행자로서의 위상을 일단 지켰다고 볼 수 있지만 시장의 신뢰를 완전히 회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금통위가 강한 외풍을 물리치고 계속 소신을 지켜나가기에는 넘어야 할 걸림돌이 많다. 청와대가 금리를 부동산 거품의 주범으로 책임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주 내놓을 부동산대책이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금리인상에 대한 압박의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여서다. 이럴수록 금통위는 더욱 소신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 특히 금리와 관련해서는 경제 전체의 흐름을 아우르며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입장을 계속 견지해야 한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금통위가 시장흐름에 역행하는 결정을 한다면 정부가 앞으로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없다. 시장이 불안할 때는 원칙을 지켜나가라는 원론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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