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는 평생가야 `부자` 소리를 듣기 쉽지 않다. 쥐꼬리만한 월급을 모아서 쓸 것 쓰고 자식들 교육시키다 보면 부자되기는 요원해 진다.
요즘에는 목돈 1억원으로 부자 되는 방법을 소개한 재테크 도서들이 인기다. `재테크 도사`로 알려진 서춘수 조흥은행 재테크 팀장도 최근 `부자의 꿈을 꾸어라`라는 책을 펴냈다. `월급으로 부자되기`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월급쟁이들이 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재테크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단시일내 1억원을 모으기는 결코 쉽지 않다. 월급쟁이가 남들보다 일찍 부자소리를 들으려면 어떻게 돈을 모아야 하는지 시중은행의 재테크 전문가들을 통해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월급으로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직장생활 3~4년 내 목돈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목돈이 만들어지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투자해 돈을 불려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쓰지않고 3~4년내 목돈 마련을=월급쟁이는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면 평생 목돈을 만지기 힘들어 진다는 것이 재테크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외환은행 오정선 재테크팀장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목돈을 모아야 한다는 의식이 점점 없어지는데 직장생활 3~4년 동안은 안 쓰고 안 먹고 하면서 `무식하게`라도 돈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시기를 놓치면 자녀 양육이나 교육 등으로 목돈 만질 기회는 더욱 줄어든다는 뜻이다. 오 팀장은 연봉 2,500만원인 월급쟁이의 경우 3년안에 4,000만원을 모으는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초생활비를 빼고 월급의 50% 이상은 전부 저축하라는 얘기다. 오 팀장은 직장생활 초기에는 색다른 투자방법을 찾기보다는 목돈을 모은 후 고수익 투자처를 찾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투자를=투자자들이 처한 상황이나 미래전망 등이 모두 틀리기 때문에 목돈마련 운용전략도 틀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초기 목돈 마련을 위해서는 자신에 맞는 재테크 상품을 골라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
일반적으로 4~5%대의 확정금리를 지급하는 예금상품이 안정성을 선호하는 월급쟁이에게 적합하다. 근로자 세금우대저축 등 절세상품에 가입해 두는 것도 좋다.
신한은행 한상언 팀장은 저축에 투자개념을 겸비한 보다 공격적인 목돈 모으기를 권장하고 있다. 한 팀장은 정액분할투자(적립식 펀드투자)를 추천했다. 정액분할투자는 펀드에 적금처럼 매월 일정금액을 적립해 나가는 것으로 3년 이상 장기 투자할 경우 연평균 7%대의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한 팀장은 설명했다.
◇모아진 목돈은 주식ㆍ부동산에 간접투자= 어느정도 목돈이 만들어지면 본격적으로 재테크에 나서야 한다. 예를 들어 4,000만원이 마련됐다면 주식이나 부동산 등에 상황에 맞는 투자를 해 볼만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주식이나 부동산시장이 불확실한 상태라면 직접 투자보다는 간접투자가 적합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서춘수 팀장은 주가지수연동상품과 부동산신탁상품을 추천했다. 그는 “주가지수연동상품(주식ㆍ펀드)은 원금보장과 함께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유동성이 큰 조정장세에 가장 적합한 재테크 상품”이라며 “부동산신탁상품은 부동산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보장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카드사 전환사채도 재테크 수단으로 유용하다는 게 서 팀장의 조언. 특히 삼성카드 전환사채의 경우 2008년 6월이 만기인데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을 경우 9% 수익률을 보장받을 수 있다. 상장이 되더라도 발행가격인 2만4,000원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만약 주가가 발행가격 이하를 밑돌 경우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5%의 금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는 여전히 1% 포인트 이상 수익률이 높다.
아울러 서 팀장은 “은행상품만 고집하지 말고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상품도 적극 활용하라”고 권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예금금리는 6% 수준으로 은행보다 높다. 또한 안정성은 은행에 비해 떨어지지만 저축은행이 파산하더라도 예금보호가 가능하기 때문에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2금융권의 절세형 상품도 투자할 가치가 충분하다. 농ㆍ수협이나 신협의 조합예탁금의 경우 내년 말까지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특정금전신탁은 주로 3~6개월의 단기투자에 적합하며 가입기간에 따라 정기예금에 비해 0.5%포인트에서 최대 3%포인트 까지 금리혜택을 볼 수 있다.
이밖에 재테크 전문가들은 가계부를 꼭 쓸 것과 홈쇼핑 구매 자제, 온라인 보험을 이용해 값싼 보험가입 등 생활속 재테크 실천으로 돈을 불려가라고 조언했다. 오정선 팀장은 “월급쟁이가 부자되는 첫걸음은 결국 `절약`밖에 없다”며 “부동산투기나 복권 구입과 같은 허황된 돈벌이를 생각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홍길기자 wha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