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11월17일] 위기타개만으로는 부족하다

해외 홍보업무를 20여년 이상 했다는 대기업의 한 임원을 사석에서 만났다. 대화의 주제는 당연히 ‘경제문제’였다. 그는 얼마 전 미국을 방문, 오랫동안 알아온 주요 언론사의 지인들을 만났는데 한국에 대한 그들의 충고를 요약하면 아이러니컬하게도 “세계 언론의 보도나 투자은행의 코멘트 등에 너무 신경 쓰지 말라”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이나 투자은행 등은 대부분이 자신들의 이익관계에 따라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여기에 너무 일희일비하다가는 크게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신용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돼 전세계가 지독한 불황국면에 접어들면서 우리 경제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마치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를 연상시키듯 외국언론의 한국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보도도 종종 나오고 있다. 정부뿐 아니라 기업ㆍ국민 모두 내일을 불안해 한다. 특히 10년 전에 비해 펀더멘털이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대기업들조차 급박하게 돌아가는 글로벌시장의 움직임에 피가 마르고 있다. 최근 미국의 주요 가전유통업체인 서킷시티의 파산보호신청만 하더라도 국내 가전업체들은 직접적인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글로벌 유통망을 점검하고 대책을 세우느라 분주하기 그지없다. 미국인들의 자존심이라는 GM마저 사실상 부도사태에 직면한 지금 미국경제의 현실에 비춰 어떤 충격파가 우리 기업들에 밀려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ㆍLG전자ㆍ현대자동차 등 이미 글로벌화된 기업들의 해외 매출 비중이 80~90%에 달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들은 내년 경영기조를 ‘긴축’ ‘현금 확보’ 등 위기대응에 방점을 찍고 있다. 그러나 위기타개만으로는 부족하다. 외환위기의 과정에서 뼈를 깎는 사업구조조정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고 경영혁신과 핵심사업에 대한 투자확대, 고부가화를 추구했던 기업들은 재벌에서 글로벌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반면 1997년 당시 30대그룹 가운데 대열에 동참하지 못했던 절반에 가까운 13개 그룹은 흔적 없이 사라졌다.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할 것이라는 이번 세계 동반불황은 세계 산업 판도를 크게 바꿔놓을 것이다.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업 자신의 운명뿐 아니라 한국경제의 미래도 결정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우리 기업들의 저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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