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의욕만 앞선 시장개혁안

공정거래위원회가 30일 내놓은 `시장개혁 3개년 계획` 로드맵은 현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의욕만 앞세웠다는 느낌이 들게 해 선뜻 신뢰가 가지 않는다. 로드맵은 개별 계획별로 구체적 실천방안을 마련한 뒤에 그 순서를 잡는 것인데 이 같은 기본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공정위는 `최대 무기`인 출자총액규제를 담보로 재벌들의 소유ㆍ지배구조, 투명ㆍ책임경영, 나아가 비공개 기업의 공시 문제까지 다양한 문제들을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제시된 목표를 관철시킬 수 있는 수단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이 없어 공허하다. 마치 의사가 한의사와 약사의 몫까지 다하겠다고 설쳐대는 형국이며, 그 결과 환자가 더욱 골병 들지 않을까 우려된다. 공정위는 이번 로드맵에서 향후 3년안에 삼성, LG, SK 등 출자 규제를 받고 있는 11개 재벌의 의결권 승수를 현재 6.1배에서 3배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출자규제 제외요건을 다양화시켜 의결권 승수가 2배 이내로 낮아지거나 그룹 전체를 지주회사로 전환한 재벌은 모든 계열사를 규제에서 빼주고,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내부거래 통제기구와 집중투표제, 전자투표제 등을 도입한 기업을 빼주겠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그룹총수 지배의 핵심 수단인 구조조정본부에 대해 경비조달과 사용 및 활동 내역을 공개토록 하고, 총수의 개인이익과 내부거래의 통로 역할을 하는 비공개 기업의 공시 의무를 대폭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로드맵에서 제시된 이 같은 여러 목표들은 마땅히 달성돼야 하는 사안들이지만 그것을 정부가 규제차원에서 달성하려 할 경우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하물며 특정 부처가 자기중심적인 잣대로 밀어부친다면 논란의 소지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출자총액 규제에서 `신산업 출자`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고 부당내부거래조사를 그룹별 대규모 직권조사 방식에서 혐의발견시 수시조사 방식으로 변경한 것은 기업의 부담을 덜어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이것마저도 악용될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목표 위주로 제시된 이번 `시장개혁 3개년 계획`은 미완의 작품이다. 따라서 앞으로 많은 절차와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명심해야 할 것은 공정위 차원이 아닌 정부 차원의 종합계획이 돼야 하며, 특히 기본방향은 계획의 취지대로 시장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조충제기자 cjch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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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충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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