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창의성 넘치는 '젊은 회사'삼성동 아셈타워 34층에 자리잡은 소니코리아의 사무실은 생기 발랄한 젊음으로 가득 차 있다.
일반기업체 사무실처럼 넥타이와 흰 와이셔츠 차림의 직원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 어쩌다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 입은 사람을 발견하면 방문객이거나 외부 중요 인사를 맞이하는 임원이기 십상.
창 밖으로 한강의 아름다운 경치가 내려다 보이는 소니의 사무실은 청바지에 가벼운 티셔츠를 걸친 젊은이들의 노트북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와 핸드폰 통화 소리로 가득차 있다.
"소니코리아에 입사하면 맨 처음 두 가지가 주어져요. 그 유명한 소니 바이오(VAIO) 노트북과 핸드폰이죠. 정장 차림의 격식이요? 그런 것 별로 없어요.
소니의 기업 특성이 즐거움과 창의성인걸요." 서울경제신문의 외국기업탕방단이 처음 얼굴을 맞댄 소니코리아 홍보실의 우혜나씨.
그녀는 소니코리아가 다른 외국기업 보다도 사내 커플이 많다고 소개했다. 젊은 사원들, 특히 젊은 여성 사원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커플이 자주 생긴다고 했다.
사내 커플에 대해서 회사에서도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사내 커플로서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다면 장려할 게 아니냐는 정도.
소니코리아는 젊은 회사다. 국내에 진출한 지 올해로 13년째. 지난 2~3년간 외형이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직원수를 덩달아 늘렸다. 소니코리아에서 근무하는 320여명의 직원들의 현재 평균 근무기간은 3년 6개월 정도.
직원들의 구성도 매우 다양하다. 임광주 인사본부장은 "무용을 전공한 학생에서부터 미술 전공자까지 다양한 인재들의 머리에서 나오는 창의력이야 말로 소니코리아의 든든한 밑천 가운데 하나"라고 소개했다.
그래선가 분위기가 테헤란로의 벤처기업과 비슷하다. 하지만 지난해 5,000억원을 훌쩍 넘긴 소니코리아의 매출액은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의 위상을 실감케 한다.
판매법인인 소니코리아외에도 제조 공장인 한국소니전자 등 소니 투자 회사가 국내에서 올리는 매출은 2조원을 넘는다. 한국소니전자의 수출액은 국내 외국기업 가운데 노키아TMC와 LG필립스에 이어 세번째.
이달 초 소니코리아가 13년 만에 처음으로 10여명 가량의 신입사원 공채를 실시했을 때는 5,000여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려 500대 1이라는 엄청난 경쟁률을 기록했다.
밀려 쏟아지는 지원서에 소니코리아 조차도 당황하며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을 정도. 지원 서류를 일일이 점검하며 서류 합격자를 걸러 내는 데만도 며칠의 기간이 필요했다.
어렸을 때부터 워크맨과 같은 소니의 제품에 친숙한 요즘 젊은이들에 소니코리아는 단순한 일터 이상의 곳. 그들에게 소니는 일본계 다국적 기업 이전에 자신이 좋아하는 제품을 만드는 곳이라는 느낌이 앞선다.
소니코리아 공채 지원 기회를 놓쳐 못내 아쉬움 남겼던 최지영(숙명여대 생명과학과)씨는 "소니를 나타내는 표현으로 인간을 즐겁게 하는 곳이라는 말보다 더 적당한 것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기업에 비해 국내에서 이미지 홍보와 마케팅이 부족한 것 같아 이점을 더 보강하면 앞으로 더 큰 성장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인터넷 커뮤니티인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마스터로 일하고 있는 조우석(서울대 경영대학원)씨는 "워크맨을 만드는 제조업체로 머물지 않고 컨텐츠, 게임, 영상 분야 등 새로운 흐름에 맞춰 유연성 있게 목표를 지향하는 기업"이라고 소니코리아에 대한 탐방 소감을 밝혔다.
내년이면 대학 졸업반 학생으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 준비를 앞두고 있다는 정혜진(경희대학교 국제경영학부)씨는 "소니가 지난 3년간 엄청난 성공을 거둔 데는 기술력, 시장 흐름을 내다 볼 수 있는 능력과 함께 소니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직원들의 힘이 컸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여성은 좋은 기업인이 되기 어렵다는 편견의 벽을 넘어서고 싶다"는 대학 1학년생 황신혜(고려대학교 경영학과)씨는 "요즘 같은 경쟁 시대에 평생직장 개념을 갖고 있는 소니코리아가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외국기업탐방 기회를 낚게 됐다는 방성재(숭실대 불문과)씨는 입사 면접 시험이 대부분 영어로 진행된다는 점과 대학생활에 얼마나 충실 했느냐가 서류 전형의 중요 척도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번 소니코리아 탐방이 남은 대학 생활에 대한 좋은 나침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니는
지난 1946년 이부카 마사루와 모리타 아키오 두 창립자가 일본 도쿄에서 세웠다.
동경통신공업주식회사라는 이름으로 처음 설립될 당시에는 트랜지스터 라디오 등 전자 제품을 생산했으나 현재는 영화, 음반, 게임 분야에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569억 달러의 매출(2002년 3월 기준)을 기록했으며 현재 전세계에 16만 8,000여명의 직원을 두고있다.
국내에는 1990년에 판매법인인 소니인터내셔널코리아가 설립됐다. 2000년 한국 진출 10주년을 맞아 소니코리아로 이름을 바꿨다.
지난 96년 110명에 불과하던 소니코리아는 현재 320여명 직원 규모로 성장했다.
98년 700억원이던 소니코리아의 매출액도 지난해는 5,400억원을 넘었다. 소니는 이밖에 한국소니전자, 소니뮤직, 콜롬비아트리스타, 소니컴퓨터 등 투자 회사를 두고 있다.
홍병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