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월드컵특집/브랜드경쟁] 2. 원칙이 일궈낸 결실

신뢰보다 나은 경제정책은 없다'국가 신용등급 A.'(2001년 11월 신용평가기관인 S&P 평가) "능력과 안정성과 삶의 질을 모두 갖춘 나라다", "은행 산업은 매우 효율적이다.", "관료적이지 않다. 이것이 투자를 끌어들이고 있다."(ABN암로, 알카텔, 모토롤러, AT&T, BHP, 수에즈, 텔레포니카드에스파나, 맥도널드, JP모건체이스, 까르푸 등 최근 칠레에 생산 기지를 마련한 다국적 기업들) 칠레가 최근 국제사회로부터 받고 있는 평가다. 세계경제포럼이 매년 매기는 글로벌 경쟁력 리포트에서도 칠레는 지난해 이머징 국가들 중에서 6위, 남미 국가 중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73년 쿠데타 직후 한 해 물가상승률만 500%를 웃돌던 대표적인 경제 실패국이었지만 오늘날 칠레에 대한 국제 사회의 평가는 '중남미에서 가장 개방되고 안정된 시장을 갖춘 나라'다. 이 나라가 중남미경제의 실력자로 부상한 원동력은 '철저한 원칙 지키기'. 지난 4월에 발효된 보험사의 기업대출 허용이 대표적이다. 보수적인 은행을 움직이게 하려고 보험을 동원한 것. 칠레정부가 여론을 앞세워 은행에 기업대출을 독려했으면 간단히 해결될 수도 있었다. "척박한 경제적 토양을 가진 칠레가 해외 투자가를 끌어들일 수 있었던 것은 '신뢰'였다. 정치ㆍ경제적 이유로 시장에 적용되는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면 지금의 칠레는 결코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다리오 구즈만 주한칠레대사 상무관) '원칙 불변'으로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얻는데 성공하고 있는 또 다른 사례가 멕시코다. 연초 멕시코 정부는 '경제정책 가이드라인'을 통해 "국가개발계획에서 확정한 구조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이는 우리의 생산성을 높일 것이며 현재의 불확실한 국제 경제환경 속에서도 장기적으로 매력적인 투자대상국이란 이미지를 높여줄 것이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이 나라는 지난해 255억달러의 외자 유치에 성공했다. 올해도 북미시장을 겨냥한 다국적기업들의 생산거점이 잇달아 몰려들고 있다. 단순 하청기지의 위상에서 핵심거점으로 업그레이드 되는 모습이다. 지난 80년대이후 3차례나 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긴급자금을 지원받아야 했던 멕시코는 그동안 정책 결정이 수시로 바뀌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경제가 선거와 맞물려 하도 오락가락 하다보니 '정치주기론'이란 말이 생겼다. 멕시코 경제위기는 바로 이 '무원칙의 원칙'도 단단히 한몫했었다. 믿을만한 나라로 변신한 것은 비센테 폭스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폭스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일성으로 '글로벌 스탠다드'를 내세웠으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IMF가 제시한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을 꼬박꼬박 실천했다. 공공소비지출(▽2.5%), 공공투자지출(▽3.2%), 민간투자지출(▽5.8%) 등 모든 항목이 긴축상태를 유지했다. 다만 멕시코 국민들의 기대심리를 고스란히 반영해 민간소비심리는 2.9% 증가했다. "미국시장의 침체 여파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산업부문이 활기를 잃고있다. 하지만 금융시장이 안정되면서 20년만에 처음으로 제대로 된 경기순환사이클을 경험했다."(멕시코 경제부의 '2001년 경제동향 평가' 중에서) 국제 사회에 대한 멕시코의 자신감이 잔뜩 배어있다. 반면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은 국제사회의 신뢰를 상실하면서 아직도 경제위기의 수렁을 헤매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특히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기 위한 정책결정, 방만한 재정수지 적자, 현실성없는 환율정책 고수 등으로 국제 투자자금들의 철저한 외면을 받아야 했다. 결국 올들어 하루 평균 3,300만달러에 이르는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해 국가 경제가 사실상의 파탄상태로 치닿자 지난달 22일 은행, 주식시장, 외환거래소등 주요 금융기관의 업무를 올스톱시켜야 했다. 정책이 아무리 좋아도 일관되지 못하면 실천의지 모래밭에 그리는 청사진일뿐. 미국 경제의 생산거점으로 승격한 멕시코, 중남미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 칠레는 모두 '원칙지키기'를 철저히 실천한 결과물이었다. <특별취재팀> 김형기팀장 이규진기자 홍병문기자 전용호기자 최원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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