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기업 뼈를 깎는 노력은 기본/복잡한 절차·세금 중과 최대 장벽/관련제도 정비·개선으로 길터야두산그룹은 지난해 말 맥주사업의 모태인 1만9천여평의 영등포 공장부지를 서울시에 매각했다. 두산은 아파트와 유통센터 건설계획을 포기하는 대신 1천1백42억원의 「목돈」을 쥘 수 있었다.
대농그룹은 「부동산 미련」을 끝내 못 버렸다. 역시 그룹의 모태인 청주 면방공장 설비를 해외로 이전하면서 이 부지(15만평)에 대형 복합단지를 갖추기로 한 것. 대농은 자금난에 몰렸지만 이 계획은 바꾸지 않았고, 지난 5월 부도유예기업으로 지정된 후에도 도시계획변경 허가만 받아내면 된다는 식으로 버텼다.
양측의 「다른 선택」은 두 그룹의 운명을 극명하게 갈라 놓았다.
과감하게 「버리기」에 성공한 두산은 재무구조 개선을 바탕으로 핵심사업에 대한 집중투자, 신규사업 전개 등 경영정상화에 적극 나서면서 「구조조정의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반면 대농은 4개월도 못돼 청주공장 부지는 말할 것도 없고 미도파만 남긴채 그룹해체라는 비운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두산그룹의 최광주 이사는 『뼈를 깍는 노력을 감수하겠다는 결단과 의지가 없는 구조조정은 단순한 구호에 불과하다』며 『버리기의 전제는 선택과 집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두산의 구조조정은 성공이 아니라 이제 시작단계』라며 구조조정이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를 재차 강조했다.
구조조정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아니라 장단기 경영계획을 마련, 끊임없이 추진해야 하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구조조정의 성공은 우선 이같은 해당기업의 「뼈를 깎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어렵다. 관련제도의 개선 및 정비가 있어야 한다. LG경제연구원 오정훈 선임연구원은 『부동산을 팔면 매각차익의 절반이상을 세금으로 내고, 부실기업 인수후 경영정상화를 위한 감원도 불가능하다』며 『시장논리에 따라 진입과 퇴출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부문의 분리·매각도 쉽게 처리될 수 있어야 한다. 김윤 삼양사사장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일부 사업본부를 분리, 독립시키거나 유사계열사와 합병방안을 추진했으나 세금문제로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상법상 기업분할제도가 없어 기업을 쪼개 팔려면 신규법인 설립후 해당 사업권 및 자산을 양도하고, 이를 다시 제3자에 매각해야 한다. 절차가 복잡한데다 중복해서 세금이 부과돼 나중에는 남는게 없다. 이와관련, 재계는 ▲기업퇴출시 세금감면 ▲M&A(인수 및 합병)절차 간소화 ▲지주회사 설립허용 ▲출자총액 제한완화 등을 골자로 한 특별법 제정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재정경제원은 재계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부정적이다. 특혜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한국산업연구원 김휘석 박사는 『정부가 특혜시비와 형평성문제에 너무 얽매이는 것 같다』며 『오히려 조건을 달게 되면 몇몇 기업만 봐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박사는 『정부가 내년부터 은행빚을 갚는 등 일정 요건을 갖출 경우 부동산 관련 세금을 감면해주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옥석을 가리기 힘들 것』이라며 『이중과세 성격의 특별부가세는 전체 기업과 국민이 고루 헤택을 받을 수 있도록 조건을 달지 말고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권구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