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에 황소장세(bull market)의 기세가 꺾일 줄 모르고 있다. 미국 경제의 회복을 알리는 거시 지표들이 쏟아지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의 저금리를 상당기간 유지하겠다고 공언하는 바람에 현금 시장에 잠겨 있던 돈이 증시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한 뇌관이 제거되면서 채권시장이 급락, 증시 선호도가 높아지고, 이에 뉴욕 증시는 경기 회복초기의 유동성 장세를 맞고 있는 것이다. 미국 역사상 최대를 기록한 지난 주 동부 대정전 사고도 미국 경제 회복을 저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증권시장의 자신감을 북돋워주고 있다.
하지만 랠리가 5개월째 지속되면서 주가 상승에 피로감이 쌓이고, 지난 3년간 추진해왔던 경기 부양책의 역기능이 현재화하면서 뉴욕 증시의 조정기가 임박했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최근 뉴욕증시의 이슈는 랠리가 지속될 것인지, 조정기를 거칠 것인지 하는 점이다.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지수는 17일 9,400 포인트를 넘어 14개월만에 최고를 기록했고, 나스닥 지수는 1,700 포인트를 훨씬 추월하고, S&P 500 지수는 심리적 경계선인 1,000 포인트를 목전까지 밀고 갔다. 월가의 내로라는 애널리스트들이 한달 전부터 조정을 예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랠리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투자자들 사이에 더 이상 막차를 타지 않겠다는 심리가 팽배하고, 여기에 금융시장과 거시경제 사이클상의 조건이 뒷받침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 증시 상승세의 가장 큰 이유는 경기 회복의 증거가 명백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2ㆍ4분기에 투자부문의 회복이 나타났고, 3ㆍ4분기 월별 통계에도 제조업 부문의 회복이 가시화됐다. 소비가 강력하게 회복하고, 7월 소매매출은 월가의 예상을 뛰어넘게 증가했다. 연방정부의 세금 환급분이 7월부터 가정당 300~400 달러씩 돌아가고, 이 돈이 소비로 흘러 들어간 것이다. 제조업 회복과 소비 확대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술주와 소매판매주를 주가 상승의 주도주로 부상시켰다.
금융시장의 조건도 증시에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단기 금리 1%로는 머니마켓펀드(MMF)에서 수익을 낼 수 없고, 이 돈이 가격이 폭락하고 있는 채권시장을 피해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이 자금 유입의 양과 압력이 조정기가 임박했다는 주장을 무시하고 랠리를 지속시키고 있는 원천이 되고 있다.
그러나 뉴욕 증시의 랠리도 서서히 힘을 잃고, 조정기 또는 약세장으로 돌아설 증거들도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선 거래량이 8월들어 감소하고 있는데, 증권 매니저들의 상당수가 피서를 떠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증시 랠리에 피로감이 형성되고 있다는 증거다.
또 다른 불길한 징조는 미국 기업인들이 최근의 랠리에 편승, 자사주를 사기보다는 뒷전으로는 매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매각시점을 찾던 기업인들은 주가가 어느 정도 오르면서 대량매각하고 있는데, 이는 주가가 다시 떨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분석기관인 톰슨-파이낸셜에 따르면 기업인들의 자사주 거래량은 지난 7월에 매도가 매입보다 32.21배나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1년 5월 이래 최고의 기록이다. 3년전 나스닥 지수가 붕괴할 때 기업인들이 먼저 매각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최근의 기술주 상승이 또다시 물거품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최근 미국 거시 지표의 호전도 장기적으로 지속될지 의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회복기세가 다시 꺾일 경우 미국 경제가 더 악화될 것으로 진단하고, 최근의 시장 금리 상승, 재정 적자 악화등 경기 부양책의 역기능이 경기 회복을 더디게 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