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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자동차에는 심장(엔진)만 있을 뿐 두뇌는 없다. 하지만 스마트 기기나 외부 차량과 통신망으로 연결(Connect)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자동차가 알아서 위험 요소를 피하고 심지어 운전자의 '심기'를 고려해 음악을 추천해줄 날이 머지않았다.
기아자동차는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4에서 '인간 중심의 스마트카'를 구현해줄 서비스를 공개했다. 예를 들어 차량 안팎에 장착된 센서로 도로 상황과 운전자의 기분을 파악해 그에 걸맞은 음악을 틀어주는 '스마트 라디오', 운전자의 생체 신호까지 분석하는 U헬스케어 서비스, 운전자의 다음 동작을 예측하고 제안해주는 차세대 음성인식 시스템 등이 이목을 끌었다. 기아차 관계자는 "이르면 2~3년 내에 실제 판매되는 자동차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 같은 서비스가 순전히 자동차 안에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이동통신사나 인터넷 기업들과 제휴로 '연결'돼야 가능한 일이다. 현대차의 경우 미국에서 구글·버라이즌과 각각 협력관계를 맺고 신형 제네시스에서 구글 글래스와의 연동 기능,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원격 조작 서비스 등을 적용하기로 했다. 현대차와 구글은 아예 아우디, 제너럴모터스(GM) 등과 함께 '개방형 자동차 연합(OAA·Open Automotive Alliance)'을 구성하고 올해 말에 첫 번째 '커넥티드 카'를 선보일 예정이다.
통신망과 센서와 카메라·레이더 등은 자동차가 마치 두뇌를 갖춘 것처럼 움직이게 해 준다. 예를 들어 가까운 거리에 있는 자동차끼리 무선 통신으로 서로의 위치를 전송하며 고속으로 접근하는 차가 있어 급작스런 충돌의 가능성이 있을 때는 운전자에게 경보음을 울려 준다. 'B2B'가 아닌 'V2V(Vehicle-to-Vehicle)'인 셈이다. 지난달 포드가 자사의 V2V 시스템을 시연하는 등 관련 개발은 상당히 진전된 상태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V2V가 교통사고의 위험을 79%나 줄여준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V2V는 향후 'V2I(Vehicle-to-Infrastructure)'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교통신호등이나 도로 표지판에도 무선 통신 기능이 탑재돼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가장 빠른 길을 찾거나 안전 문제가 발생한 도로를 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식이다. 기아차는 CES 2014에서 V2I 기술도 함께 선보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