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2,500 개 업종의 리딩 컴퍼니 중 약 1,500 개가 독일 기업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중소기업 중심의 튼튼한 경제 산업 구조가 독일을 강한 수출국가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76년에 제정한 노사공동결정법은 노사 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화와 토론을 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내국인과 외국인 간의 차별 없이 동일한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해 다문화사회의 정착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법적·사회적 지원 속에서 독일은 경제민주화가 추구하는 '모두를 위한 번영'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 유럽을 강타한 금융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성장과 복지를 함께 이뤄가는 '경제민주화'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이힘을 얻고 있다. 언론에서 재벌 규제가 경제민주화의 전부인 양 몰아가니 재벌이 반대하고 나서는 것이다. 학계 역시 미국의 신자유주의 학풍을 배워온 학자들이 주류이다 보니, 경제민주화를 포퓰리즘 식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독일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독일은 경제민주화를 통해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책은 바로 이 독일의 사례를 지역 간, 대기업-중소기업 간, 노사 간, 빈부 간, 내국인과 외국인 간의 다섯 요소로 살펴보며 한국에의 적용 가능성을 제시한다.
83년 독일 본 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한 후 약 30년 동안 독일과 인연을 맺으며 독일전문가가 된 저자 김택환은 "한국의 복지 모델로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가 제기되기도 했으나 자원 보유 정도나 인구 등의 경제 규모에 있어서 한국과는 비교 자체가 어려운 강소국들은 한계가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며"분단의 역사와 8,000만 인구, 빈약한 자원 등 한국과 여러 공통점을 가진 독일이 롤 모델로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에 덧붙여 "독일은 보수당인 기민당의 에르하르트 총리가 주창해 사회보장제도, 중소기업 우대, 지역 경제 중심 등 경제민주화를 추진해왔다"며" 한국도 경제민주화 요구가 거센 시점에서 독일 보수의 주도적 변화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모두를 위한 풍요와 사회 정의의 구현'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전후 잿더미가 된 독일을 일으켰던 것은 정치인들이었다"며"계파나 정파를 떠나 국민과 국익을 먼저 생각하는 경제정치인이 경제민주화의 제도적 환경을 마련할 때 재도약이 가능했다"고 지적한다.
그는 "경제민주화는 사유 재산과 자유경쟁의 원칙에 기초한다"며"다만 국가가 개입해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시장을 운용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국가의 개입은 대기업을 규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 시스템 속에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때 결과적으로 국가의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저자는 독일의 사례를 통해 주장하고 있다.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