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낙마설이 나돌던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의 경우 민주당 당대표 재선에 성공했다. 시진핑 국가 부주석도 다음달 권력 교체를 앞두고 일본이 일방적으로 실효 지배하던 센카쿠를 국제적인 분쟁 지역으로 만드는 치적을 달성했다. 최근 경기둔화에 따른 실업난, 공산당 부패 등으로 불안하던 민심을 다독이는 데 이번 분쟁이 일등공신이었던 셈이다.
최근 정치ㆍ경제적 긴장감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동북아 국가의 특징은 모두 올해 정권 교체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최근의 동아시아 분쟁은 '정치적 필요'에 따라 어느 정도 부풀려진 면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집안 단속을 위해 외부 갈등을 활용하는 고전적 수법이 또다시 전면에 등장했다는 얘기다.
10년 만의 정권 교체를 앞두고 최고지도자 간 암투설 등 온갖 루머가 나돌았던 중국에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 대규모 반일 시위를 조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외신은 "물가와 실업률이 오르는 힘겨운 상황에서 내적인 불만을 일본으로 돌리려는 중국의 전략"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센카쿠로 중국 어선이 대규모로 몰려간 데 대해서도 배후설이 나오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21일 중국 저장성 스푸항 어민들의 말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센카쿠 열도 주변으로 출항할 어선에 연료비 10만위안(1,700만원)을 지급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중국 국제문제연구소의 취싱 소장은 이날 경화시보에 기고한 글에서 "센카쿠에 중국이 선박을 대거 투입하는 등 적극 대응함으로써 일방적인 일본의 실효 지배를 깨고 실질적인 공동 지배 국면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노다 일본 총리도 한국 독도와 센카쿠 등 영토 문제를 들쑤셔 '식물 정권'의 위기를 벗어났다는 시각이 많다. 특히 일본은 중국의 국치일인 만주 사변 발생일이 임박한 시점에서 센카쿠 열도 국유화 등의 방침을 공개해 고의적으로 중국의 감정을 건드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이 과정에서 8월 10%대로 추락했던 노다 총리의 지지율은 최근 30%선을 회복했고 이를 발판으로 21일 당대표 선거에서 재선을 확정 지었다. 중국이 예상 밖으로 초 강경 대응에 나서자 "특사를 보내겠다"고 먼저 제안하는 등 체면을 구긴 측면도 있지만 최소한의 성과는 거둔 셈이다. 노다 총리는 최근 한 TV 방송에 출연해 "10월로 예정돼 있던 중의원 해산을 다시 검토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대선을 두 달 앞둔 미국의 경우 중일 영토 문제에 관해서는 중립을 고수하고 있지만 무역 등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대 중국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이 ▦보호무역 관행과 ▦낮은 위안화 가치 등을 앞세워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으니 이에 대응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논리다.
결론적으로 동아시아의 긴장은 정권 교체가 마무리되는 내년 초는 돼야 구체적인 앞날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가 지나면 분쟁이 수습 모드로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지만 미국과 일본의 정권이 오른쪽으로 한 클릭 이동할 경우 중국과의 대결 양상이 굳어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