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붓 끝에서 피어나는 깨달음

예술의 전당 '고승유묵', 우림회랑 '묵향' 展<BR>역대 고승·옛 선비들 글씨 한데 모아 전시

청허 휴정

글씨는 심화(心畵)로서 마음을 그린 것이다. 글씨를 보면 그 사람의 지혜와 학문, 심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서여기인(書與基人)이라고 했다. 선현들의 글씨를 한데 모은 전시회가 열린다. 예술의전당ㆍ국립청주박물관ㆍ통도사성보박물관이 공동 기획한 ‘고승유묵(高僧遺墨)- 경계를 넘는 바람’ 과 인사동의 우림화랑이 기획한 ‘선현들이 남기신 묵향(墨香)’전이다. 11일 예술의 전당에서 개막하는 ‘고승유묵’전은 역대 고승 120여명의 선필(禪筆) 150여점을 선보인다. 역사적 시대 구분으로 보면 통일신라, 고려, 조선,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길게 걸쳐있다. 가깝게는 성철, 만고, 월면으로부터 멀게는 대감 탄연, 청허, 휴정까지 경지에 오른 고승을 아우른다. 전시작품도 불가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계송, 법어 는 물론 제발, 기문, 간찰 등 절집의 생활을 알 수 있는 자료에서부터 시첩, 병풍류, 현판, 족자 등과 대자서, 달마도, 사군자 등이 있다. 선필은 말 그대로 선승과 같이 선(禪) 수행으로 깨달음의 경지에 간 사람들의 글씨나 그림을 말한다. 예술의 전당측은 “선필은 고정된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흔히 ‘글씨는 그 사람이다’고 말하듯이 선 수행을 통해 깨달음에 이른 선승만큼이나 다양한 성격을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13일부터 우림화랑에서 열리는 ‘묵향’전은 옛 선비들이 주고받은 편지들을 모은 전시회다. 1500년대 영의정으로부터 1900년대 독립운동가들의 작품까지 156명의 200여점이 전시된다. 우림화랑의 임명석대표가 지난 10년간 모은 700여 작품 중 일부를 공개하는 것이다. 편지는 쓰는이에 따라 그 내용과 필치, 규모와 양식에서 모두 개성을 드러내게 마련이어서 볼거리, 읽을 거리를 제공함은 물론 사료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욕되게 보내주신 인편의 편지를 받고 기쁘게 살폈습니다. 복되게 맑은 여가를 보내심이 짝이 없다니, 다행스럽고 고맙습니다. 나는 겨울의 기후가 이상하여 여러가지로 병이 나서 보호하기가 배나 어려워서 괴롭습니다. (하략)” 퇴계 이황 선생(1501~1570)이 운명하기 8년 전인 1562년 순박한 필치로 쓴 서신에서는 당시 근황을 소상하게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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