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1월 4일] 전세난과 정부의 탁상공론

찾아가는 중개업소마다 "매물이 없다" "가격이 더 오른다" "가격협상은 안 된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12월과 1월이 되면 학군 수요가 한꺼번에 몰린다는 말에 집도 못 구하고 결혼을 할 것 같아 밤에 잠도 잘 안 온다. 지난 주 전셋집을 찾아 서울 곳곳을 헤맸던 직장인 김모(30)씨가 느낀 시장의 상황은 정부가 지난 2일 부동산시장 점검회의에서 발표한 '전세시장이 안정되고 있다'는 말과는 너무나 동떨어졌다. 강남권에 직장을 둔 신혼부부 수요가 몰리는 서울 강동ㆍ성동ㆍ동대문구 일대의 깔끔한 소형 아파트 전세 시세는 이제 2억~3억원이 기본이다. 인근 중개업소에서도 "이 정도면 3~4년 전 강북 아파트 분양가"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보통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20~30% 수준에 그쳤던 허름한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조차 전세가가 매매가의 절반 수준까지 치솟았다. 입주 30년 가까이 된 강동구 명일동 삼익그린 전용 54㎡는 매매가가 3억원대 중후반인데 전세 가격이 1억6,000만원에 달한다. 이러다 보니 어렵게 전셋집을 구했다고 해도 '삶의 질'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당장 세입자로 들어가 허름한 아파트의 뜯어진 문짝과 벗겨진 화장실 욕조를 보고 있으면 한숨만 나온다. 내년부터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반 토막으로 줄어드는데 서울로 유입되는 젊은층은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에만 20대에서 2만여명이 순유입 됐다. 정부가 신혼부부ㆍ생애최초 등 젊은층을 위한 다양한 청약 제도를 도입하기는 했지만 이들에게 청약의 벽은 여전히 높고 먼 것이 현실이다. 전세 대책으로 정부가 앵무새처럼 반복하는'도시형생활주택 공급 활성화'역시 탁상공론에 가깝다. 서울에 공급되는 대부분의 도시형생활주택이 초미니 원룸형이고 주차공간도 없다. 오죽하면 '깔끔한 고시원'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김씨 같은 신혼부부들에게는 보다 현실적이고 손에 잡을 수 있는 전세 대책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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