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풀뿌리 미술운동

박연우 <문화레저부 차장> ywpark@sed.co.kr

신진미술가들이 겪는 가장 큰 고통은 대중들과 소통할 장이 없다는 사실이다. 상품성을 지닌 중진작가만을 선호하는 상업화랑의 문턱은 높고 자비로 개인전을 열기에는 경비가 만만치 않다. 문예진흥원에서 나오는 기금은 경쟁률도 높지만 전시를 꾸리기에는 액수가 적다. 몇년이 지나도 작품 한점 안 팔리는 외로움은 젊은 작가들을 병들게 하는 치명적인 독이다. 현재 미술교육의 현실은 졸업 후 작가생활의 준비를 위해서라기 보다 졸업장만을 감안한 형식적인 점에 치우쳤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7개 대학 재학생이나 대학원생, 그리고 갓 졸업한 예비작가들에게까지 개인전 부스를 제공했던 ‘2004 아트 서울’전 1부(4일~9일, 예술의전당, 2부는 11일~13일)는 젊은 미술인들에게 뜻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줬다는 점과 누구나 쉽게 미술품을 살 수 있도록 5만원대부터 100만원내외(1,000만원짜리도 있었지만)로 저렴하게 내놨다는 점에서 현실적이고 발전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호응도 높았다. 6일간 판매된 매출액은 3,000만원을 조금 넘었지만 작품수는 1,500점 가까이 됐다. 일부 학생이나 신진작가는 작품이 전시 첫날 솔드아웃돼 하루 꼬박 작업을 해 몇점을 더 내걸었거나 몇년 전 공모전에 낸 작품들을 다시 내와 팔기도 했다. 한 대학원생은 “모르는 사람이 내 그림을 산다는 것이 신바람나고 작가라는 것을 인정받는 것 같아 매우 힘이 납니다”고 말했다. 애초 ‘작품을 팔자’는 주최측과 작가들의 의도가 적중한 것이다. 작가들은 고객들의 리스트를 만들어 앞으로 자신의 활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신예작가들의 중저가 미술작품거래’라는 방법을 통한 ‘ 풀뿌리 미술운동’의 현장이었다. 저렴한 가격의 작품일지라도 한번 미술작품을 산 사람은 그 작가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새로운 콜렉터가 된다. 대중미술은 내용에 따라 그에 알맞은 적당한 공간에 걸려 일정한 역할을 한다. 대중미술은 생산자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소비자나 소비 공간이 중심이 된다. 요즘 현대미술은 생산자의 개성이나 현대미술사조 중심으로 지나치게 치우쳐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유망한 작가의 완성도 높은 작품과 현실성이 존중되는 가격형성으로 수요가 창출됐다는 점을 감안해 앞으로 이 같은 형태의 여러 마켓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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