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삼성그룹:7/미국 오스틴 반도체공장(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반도체 미래 우리가 맡자”/64메가D램 생산 “승부수”/납기단축·빠른 서비스로 시장개척전략 수립/40도 무더위 뚫고 22만평 공장짓기 계획대로/2000년엔 “지구촌 3대메이커 발돋움” 부푼꿈광야를 달리는 카우보이와 쉴새없이 석유를 퍼올리는 시추공이 먼저 떠오르는 미국 남부 텍사스주. 그중에서도 주정부가 들어서 있는 오스틴시 북서쪽에 위치한 야거지역에서는 우리나라 반도체업계의 앞날에 큰 전기를 마련할 대역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의 미국 현지공장이 건설되고 있는 것. 육중한 몸체를 움직이는 대형 크레인의 굉음소리, 설계 도면을 보고 분주히 지시를 내리는 현장 감독자, 웃통을 걷어부치고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그을린 얼굴들. 모두 22만평의 부지에 모두 13억달러라는 엄청난 자금이 들어가는 대규모 공사를 맡고 있다는 책임감과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가득차 있는 모습이다. 공장은 이미 1차 골조공사를 마치고 서서히 거대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예정대로 공사가 진행될 경우 올해 말에는 세계 최첨단급의 8인치웨이퍼를 월 2만5천매 가공하고 16메가D램과 64메가D램을 생산하는 첨단 반도체 공장으로 우뚝서게 된다. 공장이 완공되면 삼성은 1단계로 16메가D램을 집중 생산하고 이후 64메가D램으로 생산 공정을 한단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80명의 현지 직원은 1천명 수준으로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오스틴공장 건설부문책임자인 조광호 부장은 『이 공장의 착공으로 미국업체와 합작으로 4메가 및 16메가D램을 조립 생산하고 있는 포르투갈 공장과 중국 소주의 비메모리 공장과 함께 반도체산업 세계화의 초석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스틴 공장은 국내기업의 해외투자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이며 첨단 메모리 반도체를 본격적으로 양산할 수 있는 최초의 해외생산기지. 그만큼 현지에 나와 공장건설에 땀을 쏟고 있는 직원들의 책임감과 자부심은 대단했다. 공급과잉으로 세계 반도체 가격이 폭락하는 어려운 환경변화와 섭씨 40도를 육박하는 무더위와 싸우면서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자부심 때문으로 느껴졌다. 삼성은 이 공장건설을 통해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인 미국시장을 선점하는 한편 경쟁력을 확보해 오는 2천년 메모리 및 비메모리분야 세계 3대 반도체업체로 발돋움 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오스틴 공장 건설을 총지휘하고 있는 이승환 SAS(삼성오스틴반도체) 법인장(상무)은 『미국의 대형 컴퓨터업체들은 원활한 제품생산을 위해 부품의 현지생산 및 공급을 원하고 있다』며 『따라서 오스틴공장 건설로 현지생산체제를 갖춤으로써 획기적인 납기단축과 빠른 서비스 등으로 고객과의 현지협력체제를 강화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오스틴에는 삼성의 미국시장 매출액에서 15%이상을 차지하는 세계적인 컴퓨터 업체인 IBM을 비롯해 델, 3M 등 대형 거래선이 밀집해 있으며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모토로라 등 경쟁업체들도 본거지를 두고 있다. 또한 AMT 등 반도체 장비업체와 반도체 연구조합인 세마테크(SEMATECH)가 들어와 있어 반도체 전후방사업의 장점을 최대한 누릴 수 있는 지역이다. 특히 이들 업체들과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 기술력을 향상시킬수 있을 뿐만아니라 벤치마킹을 통해 오스틴 공장의 장단점을 파악해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오스틴공장에서 기술부문을 맡고 있는 장호승 이사는 『댈라스 카우보이 등 다소 낭만적인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는 텍사스주에 이렇게 세계 최첨단을 자랑하는 컴퓨터 및 반도체업체들이 밀집해 있다는 것은 생소한 얘기일 수 있다』며 『하지만 이 지역, 특히 오스틴시는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인적 및 기술적 인프라가 풍부한 곳으로 어느 업체나 탐내는 곳』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여러가지 리스크를 무릅쓰고 미국시장 진출이라는 「호랑이굴」에 뛰어든 것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미국시장에 진출하지 않고서는 경쟁에서 낙오될 수 밖에 없다는 인식때문이다. 여기에 세계 최대, 최고수준인 미국 반도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둠으로써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반도체업체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그만큼 삼성으로서는 막대한 자금과 노력을 쏟아붇고 있으며 기대와 자부심이 크다. 이러한 기대와 자부심에도 불구하고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반도체산업의 어려움 때문에 현지직원들도 반도체업계의 불안한 장래에 대한 우려를 떨쳐 버리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 직원들은 오스틴공장 건설을 통한 미국시장 선점이라는 당초 목표를 달성될 수 있을 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지직원들은 이같은 어려운 시기는 1∼2년내에 마무리되고 다시 호경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이 믿음은 반도체산업이란 장치산업으로 언젠가는 투자한만큼 거둘수 있다는 그동안의 경험에서 얻은 값진 교훈으로 느껴졌다.<오스틴(미국)=임석훈> ◎이승환 SAS 법인장/“98년부터 다시 호황예상… 공장 자동화·경비 축소에 최선” 삼성전자 오스틴공장 건설을 총지휘하고 있는 이승환 SAS법인장(상무)은 해외에서만 20년이상 근무한 전형적인 해외통. 그야말로 해외 어느 지역에서 근무하더라도 빠르게 「현지화」 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다. 삼성전자가 산호세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하던 이 법인장을 오스틴공장 책임자로 발탁한 것도 이같은 해외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해외경험이 화려한 이상무를 오스틴으로 끌어들인 것은 이 공장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뜻한다. 이상무도 이러한 기대를 느끼는지 『책임감이 크다』고 말문을 열었다. ­오스틴에 공장을 세우게된 배경은. ▲텍사스주의 주도로 교육 및 연구개발, 그리고 산호세의 실리콘 밸리에 버금가는 첨단산업중심지(실리콘 힐)다. 또한 반도체 입지에 필요한 전력, 용수 등 인프라가 풍부하고 텍사스주립대학 등 대학생수가 15만명에 이르고 있어 고급인력의 확보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스틴시는 공장진출을 위해 토지 등 고정자산에 대한 재산세를 10년간 최고 55% 면제해 주는 법안을 마련하는 등 조건이 다른 지역에 비해 유리했다. ­앞으로도 반도체경기가 현수준에서 개선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있는데. ▲현재의 반도체 불황은 지난 2년간의 호황에 따른 조정국면으로 어느정도 예견된 것이다. 앞으로 이같은 불황은 올해까지 이어질 것이지만 98년에 가서는 다시한번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현재는 다소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1년후에는 오스틴공장이 효자노릇을 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불황시기일수록 투자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평소의 소신이다. ­문화차이 등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보이는데 애로점은. ▲공장건설에 앞서 사전설명회 및 공청회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등 문화적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왔기 「문에 현제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다만 반도체경기가 좋기 않은 관계로 현지신문들이 공장건설을 중단할 지 모른다는 추측성 기사를 내보내 등 악성루머가 나돌아 걱정이다. 인건비가 국내에 비해 3배정도 비싸다. ­이러한 애로점 극복방안과 세계화에 대한 견해는. ▲공장의 자동화, 표준화율을 높여 직원수를 최대한 축소해 경비를 줄일 계획이다. 또한 활발한 홍보활동으로 작업중단에 대한 지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는데 노력할 것이다. 이제는 저임금을 노려 동남아, 중남미 등지로만 진출하려는 시기는 지났다고 본다. 우리보다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지역에 과감히 뛰어들어 성공을 거두는 것이 진정한 세계화라고 생각한다.

관련기사



임석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