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10년내 세계 전시산업 중심될것" [지상좌담회] '신성장동력' 컨벤션전시산업의 현재와 미래 정리=김면중 기자 whynot@sed.co.kr 사진=김동호기자 참석자 ▦ 커티스 러브(Curtis Love) 미국 라스베이거스대(UNLV) 교수 ▦ 진동언 코엑스 상무 ▦ 이재성 한국관광공사 코리아컨벤션뷰로 단장 ▦ 사회: 황희곤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컨벤션전시학과 교수 컨벤션 전시산업이 21세기 성장동력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아시아 신흥시장의 역동성 증대에 따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컨벤션산업의 무게중심도 서서히 아시아로 옮겨오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중국권이다. 베이징과 상하이, 마카오의 전시컨벤션산업의 성장 속도는 눈 부실 정도이며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우리나라도 컨벤션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경제신문과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는 17일 코엑스 회의실에서 컨벤션전시산업의 미래를 전망하고 향후 발전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좌담회를 개최했다. ▦ 황희곤 교수(이하 사회)=이 자리를 빛내 주신 참석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우선 오늘 좌담회에서는 크게 네 가지 주제를 다뤄보고자 합니다. 컨벤션산업이 과연 미래성장동력인지에 대해 논의해 보고 전시컨벤션산업의 발전동향에 대한 평가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국제협력, 부가가치 제고 가능성, 전시컨벤션산업의 미래 발전전략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 커티스 러브 교수(이하 러브)=미국에서는 아시아를 컨벤션 분야의 개척자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국 컨벤션 산업은 9ㆍ11 테러 후 하락세입니다. 외국인 참석자들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최근 눈에 띄는 나라는 '빅 고릴라' 중국입니다. 국제전시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Exhibition and Event, 이하 IAEE)는 요즘 딱 한가지만을 강조합니다. 중국어를 배워라! 5년 전만 해도 듣지 못했던 말입니다. IAEE는 교육을 강조합니다. 언어 교육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시아의 판매 방법을 배우는 것이죠. 문화적인 차이에 대한 교육도 필요합니다. ▦ 진동언 상무(이하 진)=최근 5년간 전시회의 양상이 크게 변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전시회 위주에서 대륙별 최대 전시회로 분화되는 현상이 늘고 있죠. 아시아 인구가 세계 인구의 56%를 점유하지만 아직 아시아 전시산업은 국제화 하지는 못했습니다. 향후 10년 이내에 아시아가 세계 전시산업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작은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한국 전시산업의 발전 방향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 이재성 단장(이하 이)=컨벤션산업과 관련해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조사를 해봤는데, 밀접한 상관 관계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FTA가 산업 전반적으로 영향을 끼치므로 비즈니스 하는 외국인들이 더 많이 한국에 들어오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서 컨벤션산업이 더 활황을 띌 것입니다. 그럴수록 컨벤션산업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지요. ▦ 진=FTA를 통해 교역이 확대될 것은 자명합니다. 이런 계기를 통해 전시 및 컨벤션 분야도 한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저희도 FTA를 통해 교역이 늘어날 수 있는 아이템들이 뭔지 알아보고 있습니다. 이런 조사를 마치면 어느 분야에서, 어떤 전략으로 향후 전시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지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 사회=미국 쪽 상황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 러브=미국에서는 구매력 있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 소비재 관련 전시회가 늘고 있습니다. 반면, 기계 쪽 전시회는 줄고 있죠. 서브 프라임 사태 때문에 주택을 사는 게 어려워지면서 주택 수리 관련 전시회가 늘고 있습니다. 2002년부터 2007년 사이 주택보수 관련 전시회는 32%나 증가했습니다. 정원 쇼도 45% 증가했습니다. 반면, 컴퓨터 관련 전시회는 하락세가 뚜렷합니다. 그 유명한 IT 전시회인 컴덱스(COMDEX)가 사라졌을 정도입니다. ▦ 사회=앞으로 새롭게 창출될 수 있는 분야는 없을까요? ▦ 러브= 전통적 소비자가 아닌 새 소비자를 창출해야 합니다. 과거엔 차를 살 때 기계를 샀죠. 이제는 라이프스타일을 삽니다. 과거엔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것에 그쳤지만, 현재는 가치나 트렌드를 삽니다. 그런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죠. ▦ 진 상무=이제 우리도 블루오션을 창출해야 합니다. IT, 나노, 바이오 분야에서는 나름대로 우리가 높은 기술 갖고 있기 때문에 국제적인 포럼을 만들 수 있습니다. 매경 지식포럼, 한경 글로벌 인적자원포럼도 아직은 내국인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향후 아시아를 대표하는 포럼으로 도약할 것입니다. 오는 2011년 피부학회총회를 유치하게 됐습니다. 1만8,000명 규모로 세계 10대총회 중 하나입니다. 부대 효과가 2,000억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런 대형국제회의를 유치하기 위해 해결해야 될 과제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체제비입니다. 한국 체제비는 타 경쟁 도시들에 비해 너무 비쌉니다. 이 외에도 컨벤션을 하는 사람들이 돈 쓰는 곳이 관광, 엔터테인먼트 분야입니다. 컨벤션 참석자들은 그 나라의 문화와 전통을 관광을 통해 알고 싶어하고 엔터테인먼트도 즐기고 싶어합니다. 컨벤션이 학술적인 면 외에도 관광의 의미를 많이 가지고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의 전통을 알려줄 수 있는 다양한 관광 프로그램 개발과 카지노, 공연장 등 엔터테인먼트 시설 확대가 병행돼야 합니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합니다. ▦ 사회=우리나라에서 컨벤션이 열려도 체재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지적, 공감이 갑니다. 이 부분에 대해 러브 교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 러브=라스베이거스는 사막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카지노, 쇼핑, 레크리에이션 등을 앞세워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도시로 거듭났지요. 요즘 최고의 오락 활동은 바로 쇼핑입니다. 그런 면에서 코엑스는 최고의 장소입니다. 이외에도 컨벤션 참석자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면에서 교통접근성도 무시 못 할 부분입니다. 라스베이거스는 대중교통수단이 잘 발달돼있습니다. 참석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 인프라도 중요합니다. 라스베이거스는 18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호텔이 구비돼 있습니다.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기업회의는 논외로 치더라도 자신이 참석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협회회의의 경우, 이런 부가적인 조건이 무척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아무래도 자신이 가고자 하는 지역에서 컨벤션이 열린다면 참석할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겠습니까. ▦ 이=라스베이거스도 사막이라는 지리적 약점을 극복해 세계적인 컨벤션 도시로 성장했고, 마카오도 현재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국도 현재에 안주해서는 안됩니다. 한반도를 큰 관점에서 보고 대규모 투자를 고려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물가를 낮추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 인프라를 갖추지 못하면 시간이 지나 다른 나라에게 쉽게 뒤쳐질 것입니다. 보다 거시적인 관점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 진 상무=국제회의는 보통 여러 지역을 돌아가면서 하죠. 우리의 경쟁은 아시아 내에서의 경쟁일 수 있습니다. 가장 두려운 존재로 부상하고 있는 도시가 바로 마카오입니다. 지금 마카오는 라스베이거스를 능가할 정도가 됐습니다. 마카오는 세계 어느 도시에도 뒤지지 않는 카지노, 엔터테인먼트, 숙박시설, 쇼핑, 투어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가격은 우리나라의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기업 회의든 협회 회의든 아시아 지역에서 개최지를 선택한다면 마카오가 최우선순위로 꼽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도 변해야 합니다. ▦ 사회=컨벤션전시산업 부분에서 전세계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컨벤션 시설 공급이 너무 과도하게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까. ▦ 러브=미국에서도 컨벤션 센터를 경쟁적으로 증축하고 있습니다. 뉴욕, LA, 시카고 등 대도시에서는 컨벤션 센터 증축이 끊이질 않고 있죠. 공급이 너무 많아 가격이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습니다. 컨벤션 센터를 짓기 전 조사를 충분히 하지 않아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미국에서도 컨벤션센터시설의 공급과잉 현상이 큰 문젯거리입니다. 게다가 주정부 세금으로 짓고 있기 때문에 더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현상은 한국, 중국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 이=맞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죠. 컨벤션센터가 각 지방마다 있습니다. 적은 수가 아니죠. 심지어 지방자체단체 간 유치 경쟁이 치열해 미국과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서로 컨벤션이나 전시회를 자기 지역에 유치하고자 경쟁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건 정말 곤란합니다. 장기적 계획이 정책적으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두바이 같은 대형 프로젝트가 필요합니다. 서해안에 해상 대형 리조트를 만들거나, 남북경협이 원활히 진행된다면 비무장지대(DMZ)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전시컨벤션산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화관광부와 산업자원부 두 개 법률에 걸쳐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를 효율적으로 조정해 정책적으로 육성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 진=맞습니다. 컨벤션산업은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분야입니다. 일관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과 지원이 이뤄져야 합니다. ▦ 사회=컨벤션전시산업의 국제협력 문제에 대해 논해보죠. ▦ 러브=미국의 경우, 컨벤션 관련 단체가 약 30개 있습니다. 이 30여개 단체가 뭉쳐 만든 단체가 있습니다. 바로 CIC(Convention Industry Council)입니다. CIC를 중심으로 연방정부와 커뮤니케이션을 합니다. 각각의 의견을 조율해 한 목소리로 대화를 하기 때문에 서로 혼선이 없습니다. CIC의 가장 큰 목적은 바로 교육입니다. 세미나, 온라인 교육, 자격증 제도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함께 공부하다 보면 업계 사람들이 같은 내용을 배우기 때문에 서로간 커뮤니케이션에도 도움이 됩니다. 미국 컨벤션업 종사자들은 대학졸업자가 적습니다. 그래서 더 지속적 교육이 필요한 것이죠. 교육이나 훈련을 제공하는 면뿐 아니라 네트워킹 차원에서도 굉장히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킨텍스(KINTEX)는 정부 지원을 받지만 샌즈(SANDS)는 민간이기 때문에 정부지원을 받지 못합니다. 민간 업체는 이에 대해 굉장히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진=라스베이거스에서는 호텔 룸 택스의 10%가 라스베이거스컨벤션뷰로(LasVegas Convention & Visitors’ Bureau, 이하 LSCVB)에 지원됩니다. 그러면 LSCVB는 그 돈을 도시마케팅에 쓰죠. 그들의 홍보비용만 연간 8,500만 달러나 됩니다. 그런 자본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것이죠. 우리나라도 그런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 사회=마지막으로 한국 전시컨벤션산업 발전을 위한 차별화 전략에 대해 한마디 해주시죠. ▦ 러브=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무엇이 사람들을 오게 만들고, 떠나게 하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항상 소비자를 생각하세요. 아까 두 분께서 높은 체재비가 문제라고 했는데 물가보다 인적자원 부분이 더 중요합니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교육을 통해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 진=전시산업부문의 차별화 전략은 아시아를 대표할 수 있는 대형전시회를 창출해 우리의 전시산업을 국제화 하는 것입니다. 전시회의 대형화만이 바이어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우선 유사 전시회들의 통합을 통한 대형화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IT쇼의 통합이 좋은 사례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아시아 내 구매력이 큰 중국, 인도, 베트남 등에서 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입니다. 이 또한 우리 전시산업의 국제화와 대형화의 한 축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코엑스는 2009년에 인도와 베트남에 우리 전시를 진출 시킬 예정입니다. 컨벤션 부분의 차별화 전략은 세계 1위 컨벤션도시인 싱가포르와 엄청남 성장 잠재력을 지닌 마카오와의 차별화입니다. 이 도시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정할 수 있는 중장기적 차별화 전략 수립과 실천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 이=요즘엔 대형 국제회의도 순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점은 우리에게 기회입니다. 우리도 노력하면 유치할 수 있습니다. 정보산업 쪽에 경쟁력 있으니 이런 쪽으로 노력하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교육을 통해 꾸준히 질적인 발전을 꾀해야 합니다. 컨벤션을 유치할 때 지방자치단체끼리 너무 경쟁이 심해 서로 자기 살을 파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에 뺏긴 사례도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는 어차피 서울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서로 이해하고 통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 사회=오늘 컨벤션산업 발전을 위한 유익한 말씀 잘 들었습니다. 이런 지혜와 노력들이 하나로 모여 우리의 컨벤션산업이 신성장동력산업이 될 수 있도록 애써 나갑시다. 입력시간 : 2007/10/17 1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