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멸치의 방향감각/원종성 동양에레베이터회장(로터리)

얼마 전 강릉 해안가로 멸치 떼가 몰려왔다. 마침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파도에 밀려오는 멸치 떼를 주워 담는 재미를 얻었다. 그야말로 물고기가 뭍으로 올라온 셈이다.무슨 해괴한 현상인가 하고 사람들은 이유를 따져 물었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가끔 정어리나 고등어 떼에 쫓기다 보면 멸치가 해안가로 몰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멸치는 슬픈 족속이다. 약육강식이라는 자연법칙을 구차스럽게 늘어놓지 않더라도 위기에서 방향감각마저 상실한 족속이라면 약자임에 틀림없다. 살다보면 개인이나 가족에게 위기가 오게 마련이다. 그럴때면 개인이나 가장은 바른 지표를 세우고 매진하게 된다. 국가와 민족은 더할 나위없다. 그 때 마다 요구되는 것이 지도자의 예리한 판단력이다. 어떠한 위기가 닥쳤을 때, 어디가 뭍이고 어디가 대양인지 판단해 국민을 이끌어야 한다. 멸치를 사람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정치판세로 미루어 보아 우리가 선택한 정치가의 방향감각이 서툴지나 않은지. 더구나 타협하는데 인색한 그들로서는 어떤 방향에 대해 끝까지 가봐야 이것이 바른 길인지 그릇된 길인지를 알게 되니 목표점에 도달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또다른 지도자를 고르기 위해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누구를 고를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해 얼마전 나는 한 소설가의 구절 속에서 답을 얻어냈다. 「아무리 사랑스러워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은 결국 우리가 가진 것을 넘지 못합니다.」 모든 후보들이 국민을 위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것이 진실이라는 가정 하에 나는 이 구절을 이렇게 바꿀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국민을 위한다고 해도 국민에게 줄 수 있는 것은 결국 지도자가 가진 것을 넘지 못합니다.」 그래서 나는 요즈음 언론 매체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미주알 고주알 자랑하는 후보들이 밉지 않다. 다만 누구의 그릇이 큰가를 저울질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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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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