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고임금,과연 문제인가/서상록 중소기업연구원 원장(특별기고)

재계와 이코노미스트들은 이구동성으로 고비용­저효율구조를 우리 경제의 기본적인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이 중에서도 고임금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 재계의 완고한 시각이다.표피적인 통계로 보는 한 고임금 구조를 우리 경제의 기본문제로 보는 시각이 그럴듯해 보인다. 왜냐하면 지난 10년(1986∼1995)동안 우리의 명목임금상승률은 15·3%로서, 노동생산성 증가율 9.2%를 5%포인트이상 크게 앞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가율을 기본으로 한 이 통계는 두개의 포인트를 놓치고 있다. 하나는 경제민주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한 1986년 이전에 우리의 임금수준이 얼마나 억눌려 있었는가를 간과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기준이 되는 임금베이스가 낮을 경우에는 임금상승률이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앞지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지 않다. 임금이 높으냐 낮으냐 하는 것은 부가가치의 생산에 노동이 기여하는 몫인 노동생산성으로 측정해야 한다. 노동생산성으로 임금수준을 측정한 통계는 현재 공개적으로 이용가능한 모습을 갖추고 있지 않다. 그러나 배분구성면에서 볼 때 임금수준이 실질적으로 향상되었는지의 여부를 가름해 주는 대용통계는 둘이 있다. 하나는 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에 나오는 부가가치 배분통계다. 이 통계에 의하면 노동이 가져간 부가가치 분배율은 1990년의 52.3%에서 1996년의 53.0%로 0.7%포인트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같은 방식으로 산정한 일본의 부가가치에 대한 임금소득분배율(1995년)은 72%로서 우리의 53.0%에 비해 매우 높다. 다른 한 통계는 한국은행의 국민소득 통계인데, 이 통계에 의하면 노동소득분배율(총임금소득/국민총가처분소득)은 1990년의 45.5%에서 1996년의 48.1%로 2.6%포인트 증가하고 있다. 참고로 같은 방식으로 산정한 일본의 임금소득분배율은 66.2%로서 우리보다 매우 높다. 두 통계는 다소의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어느 통계에 의하여 판단하더라도 1990년대 들어와서 우리의 임금소득 수준이 지대(임대로), 이자, 경영이윤 등 비임금소득보다 상대적으로 높아졌다고는 보기 어렵다. 임금소득의 직접적인 국제비교를 해보더라도 우리 임금이 높은 수준인 것은 아니다. 1995년을 기준으로 해볼 때 일본 제조업의 시간당 임금은 23.66달러이고, 미국은 17.20달러이며 우리는 이보다 훨씬 낮은 7.40달러이다. 한국 제조업의 시간당 임금이 대만의 5.82달러보다는 높으며 ASEAN 개발도상국에 비하여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임금이 대만보다 높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이미 OECD에까지 가입해놓은 선발신흥공업국의 임금을 동남아 개발도상국과 비교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우리 경제의 기본적인 문제점은 고비용 저효율구조가 아니라 저부가가치 구조다. 서울시립대학의 K교수가 정리,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이 점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K교수에 의하면 한국 제조업의 시간당 부가가치는 21달러로서 60달러인 일본의 3분의 1 수준이며 40달러인 미국의 2분의 1 수준이다. 우리의 제조업은 부가가치의 수준만 낮은 것이 아니라, 임금소득분배율도 낮다. 한국 제조업의 임금소득분배율은 27%여서 시간당 임금이 5.59달러이며, 미국은 임금소득분배율 35%에 시간당 임금 14.84달러이고, 일본의 그것은 34%에 21.28달러이다(K교수는 1994년 통계를 사용하였다). 한국 제조업의 부가가치와 임금소득분배율은 선진국과는 비교도 되지않는 수준이다. 임금수준이 높아진다는 것은 경제가 성장하여 사람을 보다 존귀하게 다룬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하는 목적은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고, 이 부가가치의 보다 많은 몫을 국민의 대다수인 임금노동자에게 돌려주는 데 있다. 지난날 우리경제의 성장은 낮은 임금에 기초한 저가품 수출산업이 이끌어 왔다. 이것은 한 사회의 구성원인 사람을 싸게 판다는 의미에서 사회적 덤핑(투매)에 기초를 두는 수출주도형 성장이었다. 이제 이 방식은 지양되어야 한다. 우리 경영자들은 산업을 고부가가치화하여 사람의 값을 높게 받는 수출을 실현하여야 한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경영자가 전향적인 목표지향형 경영자상이다. 끝으로 사족 같지만 한마디 경고를 해야겠다. 고비용구조를 탓하는 경영자들은 다음과 같은 의미에서 보아 책임회피적이다. 『우리(경영자)들은 잘하고 있는데, 근로자가 생산성에 상응하지 않는 높은 임금을 요구하고, 정부가 토지정책과 화폐금융정책을 잘못하여 고지가와 고금리를 바로 다스리지 못함으로써 고비용이 구조화되고 이때문에 사업을 못해 먹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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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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