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제 사양산업은 옛말" '섬유 르네상스' 꿈꾼다

에어백등 신소재·고부가 제품으로 '활로'<br>올 수출액 124억弗…7년만에 증가세로<br>"유명 브랜드 품질 못잖아" 마케팅도 적극

대구의 섬유업체들은 새로운 ‘섬유 르네상스’를 열기 위해 고부가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교역의 직원이 나일론 천을 짜기 위해 원사를 틀에 감고 있다.

“왜 자꾸 사양산업, 사양산업합니까. 섬유가 얼마나 할 일이 많은데요.” 대구 소재 한국염색기술연구소의 이도현 연구개발실장은 첫마디부터 “언론에서 섬유업이 사양산업이라는 말 좀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 실장이 요즘 하는 일은 군용 위장 소재 개발. 대구 소재 섬유업체 삼성교역ㆍ삼성염직과 함께 적외선 탐지기에 나타나지 않는 천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실전에 적용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이제 막 개발작업에 들어간 기술이다. 이 실장은 “조만간 루마니아 군에 전투복ㆍ위장포ㆍ배낭ㆍ탄띠 등의 소재로 납품할 예정”이라며 “선진국형 섬유산업으로 올라서려면 이밖에도 할 일이 태산 같다”고 말했다. 섬유산업이 그간의 어려움을 딛고 새 길을 모색하고 있다. 올 들어 지난 11월까지 한국 섬유 수출액은 124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늘어났다. 섬유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7년 만에 처음이다. 어떻게 한국의 섬유가 활기를 되찾았을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 섬유의 메카 대구를 찾았다. ◇앵글을 돌리면 기회가 보인다=대구의 중소 섬유업체들은 단순 염색ㆍ봉제의 패턴을 벗어나 새로운 승부수를 던지는 모습이 가장 눈에 띄었다. 위장용 소재 개발에 나선 삼성교역ㆍ삼성염직은 대구에서 가장 안정적인 섬유업체로 꼽힌다. 박재경 삼성교역ㆍ삼성염직 전무는 “단순한 의류용 섬유의 호시절은 끝났다”면서 “결국 고부가제품 쪽으로 앵글을 돌려야만 산다”고 말한다. 가방용 나일론 천을 나이키ㆍ아디다스ㆍ이스트팩ㆍ잔스포츠 등에 납품하는 동진상사. 대구를 대표하는 섬유업체 중 한 곳인 이 회사 역시 최근 신성장 분야로 에어백 소재에 주목, 땀을 흘리고 있었다. 에어백은 순간적으로 부풀어오르는 압력을 견디는 한편 사람의 몸이 닿았을 때 공기가 적당히 빠져나가게 하는 기술이 핵심. 동진상사는 사내에 연구소를 설립하고 기술개발에 전력투구, 엄격한 국제규격에 맞는 에어백 천을 개발했다. 조원준 동진상사 전무는 “에어백은 제조물책임법(PL법)에 따른 리스크가 커 중소기업이 함부로 뛰어들지 못하는 분야였다”면서 “산업용 섬유가 과거에는 틈새에 불과했지만 요즘은 대표적 고부가 상품이 됐다”고 설명했다. 엄광삼 선광염직 대표는 시야를 크게 돌려 길을 찾은 케이스다. 엄 대표는 과거 섬유에서 번 돈을 공장자동화 설비 개발에 투자, 서로 다른 기종의 섬유용 기계에 통합 적용되는 네트워크 솔루션 및 장비를 개발했다. 엄 대표는 “섬유산업은 결국 정보통신과 융합될 것”이라며 “IT와 섬유를 겸업하며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케팅 강화로 새롭게 승부=현재 대구염색산업단지에 입주한 업체는 117개. 이 가운데 20년 이상 같은 사업주가 운영하는 공장은 10개도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업체는 IMF 외환위기 이후 주인이 바뀌는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었다. 미광다이텍은 수십년째 아웃도어용 기능성 소재로 한 우물을 파 성공한 기업. 이 회사는 최근 마케팅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 ‘파인텍스’라는 고유브랜드를 갖고 있지만 ‘고어텍스’ 등 해외 브랜드에 비해 인지도가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최종석 미광다이텍 전무는 “품질은 고어텍스 못지않지만 브랜드 가치가 낮아 납품 가격이 고어텍스의 5분의1 수준”이라며 “앞으로 마케팅을 대폭 강화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불에 타지 않는 메탈섬유와 굴절 파이프용 코팅섬유를 만드는 우양신소재는 2003년 이후 국내외 전시회에 무려 25번이나 참가했다. 윤주영 우영신소재 대표는 “내가 아무리 좋은 상품을 생산해도 가만히 있으면 누가 알아주겠느냐”며 “‘섬유=의류’라는 기존 상식을 깨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업계 사람들과의 다양한 교류와 활발한 마케팅으로 성공한 여성 CEO도 있다. 교직물 업체 시마의 김지미 대표는 감각적인 제품 개발과 활발한 마케팅을 통해 교직물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한 스타 섬유인이다. 김 대표는 “섬유업계가 더 많은 교류를 할 수 있도록 나서고 있다”며 “업체 간 협력과 공동 마케팅도 중요한 미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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