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브릭스 막내' 남아공이 흔들린다

연쇄파업으로 사회 마비… 신용등급도 BBB로 강등


잘나가는 신흥국 모임인 브릭스(BRICS)의 막내로 각광받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남아공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BB'로 한 단계 강등한다고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또 다른 신평사인 무디스가 지난달 27일 신용등급을 한 계단 끌어내린 데 이어 불과 보름 사이에 연타를 맞은 셈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남아공 경제가 지난 1994년 철폐된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정책)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이날 분석했다.


아프리카의 경제 강국으로 잘나가던 남아공이 위기에 빠진 주요 원인은 전국을 뒤덮고 있는 대규모 파업에 있다. 지난 8월 수도 요하네스버그 북부 마리카나 백금 광산에서 일어난 노동자 파업을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경찰이 실탄을 발포해 34명이 숨지는 '마리카나 참사'가 발생한 이래 각종 광산과 공장, 교통 분야 등에서 연쇄파업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운수가 마비돼 식료품과 휘발유 등 생필품이 바닥나면서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오는 사태까지 발생하는 등 남아공은 사회 전체가 마비될 지경의 극심한 혼란에 빠진 상태다. 경찰과 쓰레기청소부 등 기초서비스 분야에서도 이번주 총파업이 예정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파업이 남아공의 앞날을 바꿔놓을 수 있는 중대한 변수라고 경고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대규모 파업으로 산업생산이 줄고 경제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남아공 중앙은행은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2.6% 상승에 그쳐 지난해(3.1%)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재정절벽(재정지출이 줄어 경제가 타격을 받는 현상)' 등 악재가 산적한 상황에서 국내 문제마저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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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으로는 급작스런 임금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정치권의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 공세가 우려된다. 남아공 재계는 노동자들의 불만을 무마하는 방법으로 임금인상 카드를 쓰고 있는데 이 상승폭이 걱정스러운 수준이다.

마리카나 광산의 소유주인 세계 3대 백금 생산업체 론민은 임금을 최대 22% 올려주는 조건으로 파업 사태를 마무리 지었고 2만8,000명의 노조원을 거느린 남아공운수연합노조(SATAWU)는 내년부터 오는 2015년에 걸쳐 매년 8~10%씩 임금을 올리는 조건으로 이날 파업을 종료했다. 도요타 역시 최근 더반공장 노동자의 시급을 5.7% 인상하기로 합의해 3일간의 파업을 가까스로 해결했다.

하지만 급격한 임금인상은 물가를 자극해 결국 또 다른 불안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남아공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향후 선심성 정책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투기자본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남아공에 대한 불안심리가 확산하면서 남아공 랜드화를 팔아치우는 투자자가 급증하자 달러 대비 랜드화 가치는 최근 2009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폭락했다.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은 "파업이 경제에 심각한 부담을 안기고 있다"며 19일 재계 지도자들과 회동을 갖는 등 중재에 힘쓰고 있지만 효과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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