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12월 9일] 세제개편안 누더기 만든 국회

올해도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국회심의 과정에서 누더기가 되고 말았다. 여야 간 이해다툼과 이익단체들의 로비 등에 밀려 원안이 변질되거나 연장, 유보되는 것은 물론 아예 무산된 경우도 적지 않다. 한마디로 조세체계가 엉망이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세수확보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정부 조세정책에 대한 신뢰성도 크게 떨어지게 됐다. 해마다 세제개편안이 누더기가 되는 것은 국회가 조세제도 같은 중요 사안을 큰 틀과 긴 안목에서 보지 않고 청목회 사건이 보여주듯이 이익단체들의 로비나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에 편승해 제멋대로 고치기 때문이다. 내년 세제개편안의 경우 이 같은 폐단이 심하게 나타났다. 정부가 과세형평성 제고를 위해 역점을 둔 세무검증제는 아예 무산되고 말았다. 세무검증제는 의사ㆍ변호사ㆍ학원 등 전문직 사업자나 현금수입 업종 사업자 가운데 연간 수익이 5억원 이상인 경우 소득세를 신고할 때 세무사나 회계사로부터 검증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그러나 국회가 관련 이익집단의 반발에 밀려 포기한 것이다. 20년째 끌어온 고가 미술품, 그것도 작고한 작가의 작품에 대한 양도세 부과안 역시 2년 유예로 결론이 났다. 이명박 정부의 최대 공약 가운데 하나인 법인세ㆍ소득세 감세논의도 변죽만 울리는 데 그쳤다. 기업투자 확대, 소비촉진 등 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해온 감세정책이 물 건너간 것이다. 세율 및 항목조정을 수반하는 세제개편은 정책목표 달성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지난 8월 정부가 마련한 내년도 세제개편안은 국정 최대현안인 일자리 창출과 재정건전성 제고에 중점을 두고 있다. 갈수록 커지는 국가부채를 줄이고 시급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불요불급한 비과세ㆍ감면 법안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한편 세율은 낮추되 세원발굴은 확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심의 과정에서 당초 정부안과는 완전히 딴판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국민경제적인 후유증이 큰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정치권의 포퓰리즘으로 내년도 세수확보는 물론 오는 2014년을 목표로 하고 있는 균형재정 달성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정부 조세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는 점이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국회에서 누더기가 되는 일이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정부도 사전에 국회와의 의견조율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