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역지사지/김광평 대한생명 부회장(로터리)

역지사지와 비슷한 뜻으로 역지개연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지위나 경우에 따라 그 의견이나 행동이 달라지지만 처지를 바꾸어 놓으면 상대방의 의견이나 행동도 이해할 수 있으며 언동이 같아진다」는 뜻이다.각인각색의 사회에서 모남이 없이 더불어 살 수 있는 비결을 가르쳐 주는 금과옥조같은 말이다. 특히 조직체계로 이루어진 직장에서 어떤 일을 놓고 두사람의 의견이 상충되었을 때 서로 견해가 달라 자기 입장을 강변하다보면 본의 아니게 상대방을 자극하게 되고 결국은 맹목적 승부근성만 남고 만다. 사람이 근본인 기업에서 화합이 안된다면 그 기업은 생명을 다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역지개연이다. 자신의 입장을 벗어나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문제를 해결하다보면 자신의 입장에서는 보지 못하던 새로운 시각이 열리게 된다. 즉 주관적인 시각에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변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각의 변화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만들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게 해준다. 그렇지만 역지개연이 말처럼 쉬운 일만은 아닌 것이 자기주장만을 내세우고 자기중심적으로 생각을 하다보면 상대방을 생각할 여유가 잘 안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다. 사람 인자를 풀이하면 양쪽에서 서로 받쳐 주어야 설 수 있듯이 혼자서는 쓰러지게끔 되어 있다. 독불장군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는 뜻이다. 필자는 요즘 역지개연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조금만 더 상대방을 생각해 주고 이해해준다면 어두운 사회의 부분들을 좀 더 밝고 긍정적인 일들로 가득 채울 수 있으리라. 연애시절 그렇게 사랑하던 사람들이 결혼해서 부부싸움이 잦아지는 것도 서로의 이해가 부족한 탓이다. 우리 모두는 인생을 살면서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경쟁자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또한 상사나 부하의 입장도 되어봄으로써 서로를 이해하면서 최선의 방책을 찾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참다운 지혜가 아닐까 생각한다. 냉엄한 경쟁원리를 빌미삼아 역지개연의 소중한 가치를 잊어버려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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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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