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9월 8일] 명품 휴대폰과 디자인 경쟁

지난 2000년 초 모토로라는 노키아와 삼성전자 등에 밀려 세계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수천명의 종업원을 해고하는 위기를 맞게 됐다. 회생을 모색하던 모토로라는 슬림한 스타일의 혁신적 디자인을 채용한 휴대폰을 개발함으로써 반전의 계기로 삼고자 했다. 그러나 당시 일반적으로 쓰이던 고무 키패드로는 두께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 불가능했다. 모토로라의 이러한 고민을 해결한 것은 한 국내 업체가 개발한 금속제 키패드였다. 모토로라는 2004년 결국 14.5㎜라는 초박형 레이저폰을 출시하는 데 성공했고 이 휴대폰은 나오자마자 1억대 이상 팔려 모토로라는 시장 점유율을 다시 5%나 끌어올렸다. 그러나 호사다마라는 말이 있듯이 이후 모토로라는 레이저폰을 이을 혁신적 디자인의 후속 모델 개발에 실패한 채 시장에서 외면당하게 됐고 급기야는 최근 사업 매각을 고려할 정도로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더구나 레이저폰의 사례는 그때까지 기능과 품질만을 중시하던 경쟁 업체들에 디자인의 중요성을 일깨워줌으로써 결과적으로는 모토로라가 더 힘겨운 경쟁의 부담을 안게 만들었다. 그때부터 휴대폰 업체들 특히 한국 기업들은 모든 역량을 디자인에 집중해 혁신적 제품을 속속 출시했다 . LG의 베스트셀러인 초콜릿폰은 기능에 디자인을 맞추는 게 아니라 디자인에 기능을 맞추는 역발상에서 출발했다. 역시 천만대 이상 판매된 삼성의 벤츠폰도 거추장스러운 안테나를 휴대폰 속으로 집어넣는 획기적 디자인으로 탄생했다. 한발 더 나아가 프라다, 아르마니, 뱅앤울프슨(Bang & Olufsen)과 같은 세계적 명품 브랜드와의 디자인 합작을 통해 더 새로운 성공 신화를 만들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 휴대폰이 확고한 시장 지배력을 갖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최고의 디자인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토로라의 사례에서 보듯이 새로운 경쟁자는 언제든 우리를 위협할 수 있을 것이다. 마니아들 사이에서 열광적 인기를 얻고 있는 애플의 아이폰이 언제 혁신적 디자인을 무기로 우리나라 휴대폰을 위협할지 모르는 일이다. 현대는 감성의 시대다. 앞으로 휴대폰을 차별화할 수 있는 것은 외형상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사용자의 감성을 움직이는 종합적인 UI(User Interface)에 기반한 디자인이 될 것이다.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창의적 디자인은 이제 생활 주변의 소비재는 물론 첨단 정보기술(IT) 제품까지도 그 경쟁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됐다. 기술과 디자인ㆍ산업과 문화의 창조적 융합이 우리의 미래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소중한 가치임을 다시 한번 외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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