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소득정책과 자연실업률/구본호 울산대총장(송현칼럼)

최근 우리 경제의 문제점으로 경쟁국보다 높은 임금상승률·고금리·고지가 등 높은 요소비용이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누적에는 기업의 활동을 제약하는 각종 규제가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들 한다.우리 경제의 문제점에 대한 이러한 총론적 지적에 모두 공감하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논의되고 있는 구체적 대응책을 들어 보면 「금리인하」 「임금동결」 등이 언급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아직도 경제문제를 행정지도로 해결할 수 있다는 그릇된 발상이 깔려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 부문에서는 임금안정을 유도하기 위해서 소득정책을 다시 강화하겠다고 한다. 예를 들면 일급 이상의 공무원 봉급을 동결하겠다고 하지만 과연 이러한 조치가 근로자의 임금안정에 협조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데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소득정책의 본질은 노동자의 임금 상승률을 생산성 증가율과 연계시키는 것이다. 예상물가상승률을 변화시켜 물가수준을 조정하려는 시도도 소득정책에 포함되지만 상당히 높은 물가상승이 예견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시도는 별 성과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또한 여러 나라의 과거 경험을 보면 소득정책은 국민이 경제위기를 공감하는 경우 한시적으로는 유효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별로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80년대초 우리 경제가 정말 어려웠고 또 국민이 이를 공감하였기 때문에 당시의 소득정책은 임금안정과 물가안정에 상당히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처방이 지금에도 적용될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민간이 정부정책의 효과를 합리적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9년 이래 우리 정부는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소득정책을 연례행사처럼 사용해 왔다. 그 결과 소득정책의 근본 취지에 대한 신뢰성을 상실하였으며 오히려 각종 수당 신설 등 임금체계의 왜곡을 확대해 왔다. 더구나 정권 후기에는 행정적 호소력이 약화되는 것도 일반적인 현상임을 감안해야 한다. 모든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정해진다는 간단한 경제원론적 시각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 따라서 임금안정도 소득정책이 아니라 노동수요의 안정적 관리와 노동공급의 확대를 위한 제도적 개선에서 구해야 할 것이다. 노동수요의 안정적 관리와 관련하여 자연실업률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다면 물가안정과 부합하는 최저 수준의 실업률이라 정의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는 자연실업률을 5∼6%, 유럽연합(EU)은 이보다 좀더 높게 추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KDI의 추정 결과에 따르면 자연실업률이 87년 3·4분기 전후하여 3.5∼4% 수준에서 2.4% 수준으로 크게 하락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자연실업률의 하락은 3저 호황기 중의 급속한 고용증가 이후 노조의 활성화로 인하여 경기하강에 따른 자연스런 고용 감축이 이루어지지 못한 제도적 경직성의 반영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현행 2% 내외의 실업률은 우리나라 자연실업률 이하임을 중시해야 하며 그동안 임금상승의 주요 요인이 되어 왔음을 인지해야 한다. 따라서 완전고용의 개념은 자연실업률과 일치함에 유의하여 거시경제가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동시에 노동공급의 효율적 확대가 필요하다. 고용의 유연성을 제고하고 여성 및 15∼24세 연령 계층의 유효노동력을 기업의 수요와 효과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도 추진되어야 한다. 노동시장 정보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취업 사무소의 확대 등을 통해 취업탐색 비용을 줄이는 제도적 장치도 강화되어야 한다. 또 변천하는 노동수요에 부응하는 교육훈련제도의 개편도 이루어져야 한다. 이상 기술한 바와 같이 우리 경제가 현재 처하고 있는 어려움, 특히 고임금으로 인한 우리 경제의 경쟁력 저하를 방지하기 위한 임금안정이 시급한 과제이다. 그러나 정부의 소득정책 내지 임금 가이드라인 같은 단기적인 정책으로는 이 과제가 쉽게 치유될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경제가 처한 어려움이 일시적인 증상이 아니고 지금까지 누적되어 온 관행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당한 고통을 감수하고서라도 근본적인 치유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시발점은 수요 공급의 기본 원리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는, 즉 임금과 고용의 신축성 및 유연성을 제고하는 제도적 개혁은 물론 그동안 누적된 거품을 제거하는 아픔도 감내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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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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