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은행 경영행태 선진국형으로 바꿔야 한다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엊그제 은행장들을 불러 시중은행들의 전근대적인 영업행태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단기성과와 외형경쟁에만 주력해 금융시스템의 불안을 야기하고, 수익원도 예대마진ㆍ수수료수입 등 저부가 무위험업무에 치중해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정부 당국자가 민간회사인 시중은행의 영업행태에 대해 거론하는 것은 관치금융이란 오해를 살 수 있고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바람직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물안식 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 은행들의 영업행태를 감안할 때 적절한 지적이라고 평가한다. 세계 금융시장은 국경은 물론 업종간 장벽이 무너지고 첨단금융상품이 속속 등장하면서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고위험ㆍ고수익을 노리는 헤지펀드나 사모펀드 등의 규모가 커지면서 은행상품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줄고 있다. 더구나 글로벌 유동성증가에 힘입어 대출수요도 점차 감소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은행들의 영업행태는 10년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싼 이자로 예금을 끌어들여 담보를 잡고 돈을 꿔주고, 틈만 보이면 높은 수수료를 매기는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도한 단기외화차입이 외환위기의 원인이었는데도 최근에 대출재원이 달리자 다시 외화차입에 나서 그로 인해 원화강세가 계속되고 있고 금리가 뛰는 일까지 빚어지고 있다. 급변하는 세계금융시장의 변화에 맞게 우리 은행들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더구나 국내적으로도 앞으로 1년 반 뒤에는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돼 다양한 형태의 증권상품이 선보여 증권사의 경쟁력은 더욱 강해진다. 그렇게 되면 은행들은 지금과 같은 영업행태로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을 게 분명하다. 투자은행으로의 변신을 서둘러야 한다. 국내시장에서 출혈경쟁을 벌일 게 아니라 밖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규모와 효율성, 전문성을 기르는 일이 시급하다. 신용평가업무와 법률ㆍ회계 등 글로벌 뱅킹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인재육성도 서둘러야 한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에 걸맞는 세계적인 은행이 한둘쯤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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