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北 권력투쟁으로 이어질까

김정일 사망


김정일 위원장이 향년 70세의 나이로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그의 죽음이 '북한판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오래 전부터 예상해왔기 때문에 모든 촉각이 북한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북한의 경제형편은 여전히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고 김정은 후계구도가 구축된 지 1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어서 김 위원장의 급사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당장 북한이 대혼란에 빠질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첫째, 김정은으로의 후계구도가 적어도 지난 2008년 착수된 것으로 보이므로 권력이양 및 후계자 수업이 부족하나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北 당장은 김정은 중심 뭉칠 것 둘째, 북한 사회에 반정부는 차치하고 비정부 단체도 조직화돼 있지 않고 주민들이 원자화(原子化)돼 있기 때문에 중동식의 재스민 혁명을 기대할 수는 없다. 셋째, 중국의 대북한 안정화 정책이 최근 김정일의 잦은 중국 방문외교를 통해 확고해졌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협력ㆍ지원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대체적인 대북정책 기조가 북한의 급격한 붕괴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과의 대화ㆍ교류에 좀 더 적극성을 띨 수 있다. 다시 말해 북한을 흔드는 방향보다 그 반대의 정책이 추진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전망은 단기적인 것이다. 김일성ㆍ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 세습정권은 기본적으로 지도자의 리더십과 역량이 매우 중요한 시스템이다. 그런데 나이가 어리고 국가운영 경험이 일천한 김정은이 2010년 9월 3차 당대표자회를 통해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올랐다고 해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충분한 기반을 가졌다고는 말할 수 없다. 이런 조건은 김정은의 권력을 확고히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또 다른 걸림돌은 장성택의 후견인적 역할이다. 당장은 장성택이 김정은 정권의 공고화를 위해 많은 역할을 할 수밖에 없지만 향후 국가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간부들은 장성택을 겨냥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은 '대장'은 '경애하는 장군님'의 '혁명전통'을 이어받은 지도자이므로 직접 비판할 수는 없지만 장성택은 그렇지 않다. 한 국가의 변동이나 혼란은 아래로부터의 도전보다는 위로부터의 갈등과 알력, 권력투쟁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해 결과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북한이 급변사태에 빠진다면 그것 역시 상층 권력 내부에서 갈등이 발생해야 가능하다. 지금 당장은 북한의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김정은을 중심으로 단결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래로부터 도전이 발생한다면 공멸이라는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객관적 조건으로 볼 때 지금 당장 북한이 혼란에 빠질 것으로 예상할 수 없다. 내부 변화동력 작동은 불가피 그렇지만 이들 간에 알력이 불거지고 그것이 갈등이나 권력투쟁으로 비화되면 권력의 중심은 점차 이완되고 이는 국가의 억압기구나 통제조직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도록 만들게 된다. 이런 상황이 되면 사회나 주민들 사이의 소요나 봉기가 억압될 수 없게 될 수 있다. 물론 이는 중장기적 전망 하에서 가능한 시나리오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지금부터 북한이 불확실한 상황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포스트 김정일 시대에 대한 수많은 예측과 전망이 어떤 식으로 드러날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당장 예정된 북미 3차 고위급 회담은 지연되더라도 이는 김 위원장이 결정한 것이므로 예정대로 갈 것으로 보인다.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직후 제네바 합의가 타결된 것과 유사한 상황이다. 그러나 북한은 보이지 않는 근본적인 내부 변화의 동력이 서서히 작동하는 시대에 놓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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