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5월 30일] 진정한 글로벌 노조동맹은 가능한가

영국 최대 노동조합 유나이트와 미국 철강노조(USW)가 급속한 세계화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을 추진했다. 국경을 넘나드는 보다 큰 초국가적 노조가 더 강하다는 논리로 임금 및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두 노조가 힘을 합쳐 고용주에게 맞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좀 동떨어져 있다. 무엇보다 노조원 수가 20년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요즘 노조가 덩치 불리기에 연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국의 경우 노조원 수는 지난 1979년 1,300만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지금은 550만명으로 줄었다. 미국도 전체 근로자 중 노조원 비율은 1983년 20%대에서 현재 12.1%로 떨어졌다. 유나이트도 지난해 영국 제조업체 노조인 아미쿠스와 운송 노조인 T&G가 합쳐져 탄생한 것이다. 유나이트와 USW의 동맹은 기존 노조의 그것과 다른 점이 있다. 이들은 두 노조를 대표할 상급기관을 두고 각각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들은 세계화 및 기업의 이익추구 위주의 경영을 우려하고 있다. 다국적기업들이 생산공장이나 서비스 부문을 인도ㆍ중국ㆍ동유럽 등지로 옮기면서 조합원들이 불이익을 볼 것도 염려하고 있다. 이들이 찾은 해결책은 동맹을 결성해 조합원들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것이다. 노조들의 국경을 넘어선 협력관계는 이전에도 있었다. T&G는 최근 영국 운송회사인 퍼스트그룹과 갈등을 빚고 있는 전미 트럭운수 노조인 팀스터를 지지하고 나섰다. 그러나 연대에는 한계가 있다. 노조가 국제적인 수준으로 덩치를 키워 협상력을 높이고 저임금 국가로의 일자리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는 착각에 불과하다. 임금 및 근로조건처럼 민감한 문제에 대해 공동 대응한다 해도 서로 다른 노동법 및 판례는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다. 개발도상국 근로자들이 서방 근로자들 사정에 공감을 표시하며 일손을 내려놓을 리도 만무하다. 특히 일자리에 관해서라면 더욱 그렇다. 미국 노동시장의 규모는 1억5,000만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80만명에 불과한 USW의 열성 노조원들로는 USW를 골리앗으로 만들 수 없다. ‘진정한 글로벌 노조’는 아직까지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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