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생텍쥐페리식 저출산 해결법

지난 59년 미국 피츠버그의 한 작업장에서는 생산성 향상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연구진은 전체 작업집단을 둘로 나눠 한 집단은 깨끗하고 조용한 환경에서 작업을 하게 하고 다른 집단은 기계 소리가 시끄럽고 지저분한 환경에서 작업하게 했다. 당연히 좋은 작업여건 속에서 일하는 집단이 더 높은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놀랍게도 두 집단간의 성과에서 뚜렷한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두 작업집단에 대한 회사의 관심과 연구진의 관찰 자체가 두 집단 모두에게 열심히 일하려는 유인을 제공했던 것이다.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동기-위생이론이 도출됐다. 여기서 동기요인은 잘 제공하면 생산성이 올라가지만 제공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만이 생기는 것은 아닌 반면, 위생요인은 잘 제공하면 불만을 줄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성과 향상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는 않는 요인을 말한다. 최근 저출산ㆍ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협약이 재계ㆍ노동계ㆍ시민사회ㆍ종교단체 등 각 주체들간에 체결됐다고 한다. 저출산ㆍ고령화의 심각성을 모두가 인식한 결과이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현재 1.08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며 이대로 가면 오는 2050년에는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노쇠한 나라가 된다. 이렇게 되면 국가적으로는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하고 저축ㆍ소비ㆍ투자가 모두 위축돼 경제활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국가경쟁력 또한 추락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체결된 ‘새로마지플랜 2010’에서는 저출산의 원인을 보육 및 교육비 부담과 결혼ㆍ출산 연령층의 고용 및 소득 불안정 등 경제적 요인과 그밖에 여러 가지 사회적 요인, 가치관의 변화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해결 방안으로 국공립 보육시설의 대대적 증설, 임금체계 개편과 정년제도 개선, 남녀평등문화 정착, 다양한 가족형태 수용, 이민 수용 등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필요한 재원은 정부지출의 효율성 제고, 세원의 투명성 확보, 비과세 감면 축소 등 조세 세정 개혁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회협약은 정확한 원인 진단에 이어 해법을 제시하고 나아가 필요한 재원 마련 계획까지 수립돼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시쳇말로 2%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앞서 얘기한 동기-위생요인의 관점에서 볼 때 아이를 낳아 기를 때 생기는 불만을 줄이는 위생요인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아이의 성적이 자꾸 떨어진다면 어떻게 하는가. 아이에게 조용한 공부방을 마련해주고 틈날 때마다 따뜻한 관심을 보이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위생요인). 이번에 나온 사회협약은 이러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아이 스스로 공부하고자 하는 의욕이 있을 때만 통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아이에게 열심히 공부해서 이룰 수 있는 멋진 미래에 대한 꿈을 가지게 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동기요인). 이번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는 출산으로 인해 자신의 삶과 가정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하고 충실해지는지를 느끼게 하는 부분이 빠져 있는 것이다. 불만족 사항들을 개선하는 것보다 만족 조건들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더 시간이 많이 걸리고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궁극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두 요인 모두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이 필수적이다. 생텍쥐페리의 다음 명언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저출산 대책의 방향을 잘 설명하고 있다. ‘만일 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을 불러모아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일을 지시하고, 일감을 나눠주는 등의 일을 하지 말라. 대신 그들에게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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