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법 '부담부 증여' 제동 첫 판결

"실거래가 알수 없을땐 기준시가로 과세해야"


상속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거액의 대출금을 낀 채 부동산을 물려주는 부담부(負擔附) 증여에 제동을 거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담부 증여는 부동산 담보대출금을 끼고 부동산을 물려주는 것으로 증여시 세금을 줄이는 한편 부모 등 증여자가 나중에 대출금을 갚아줄 수도 있어 이중적인 탈세수단으로 악용돼왔다. 국세청도 최근 이 같은 부담부 증여에 따른 탈루세금을 추징하기 위해 의심 편법증여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송파구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 2001년 기준시가(현 공시지가)가 각각 1억2,300만원인 서울 강동구 소재 투기지역 아파트 2채를 2억4,000만원, 2억6,000만원에 구입한 후 이를 담보로 2억5,000만원씩 총 5억원을 대출받았다. 이후 2003년 가족 2명에게 담보대출금과 함께 아파트를 증여한 후 양도소득세 548만원을 신고, 납부했다. 담보대출금 5억원을 실제 거래가(양도가액)로 보고 양도차액 5,600만여원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낸 것. 그러나 세무당국인 송파세무서의 양도차액 산정기준은 달랐다. 담보대출금을 실질적인 거래가로 볼 수 없는 만큼 기준시가를 적용했다. 세무서는 취득가액이 아닌 취득시 기준시가를 기준으로 2억8,000만여원의 양도차익을 남겼다고 보고 7,900만여원의 양도소득세를 추가로 부과하자 A씨는 세무서를 상대로 세금부과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A씨는 소득세법상 투기지역 내 부동산의 양도차익을 계산할 때는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고 이에 따라 부담부 증여시에도 기준시가가 아닌 취득가액으로 세금을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투기지역 안의 부동산 양도가액은 실지 거래가액으로 해야 하지만 부담부 증여시 양도가액은 실지 거래가액으로 볼 수 없다”며 “이처럼 실지 거래가액을 알 수 없을 때에는 취득ㆍ양도시 기준시가를 적용해야 한다”며 원고 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가 부담부 증여를 택하지 않고 그냥 부동산을 증여했을 경우 냈어야 할 증여세는 9,650만원. A씨는 증여세를 피하기 위해 부담부 증여방식을 통해 548만원의 양도소득세만 내려 했다가 이번 판결로 결국 증여세 수준에 맞먹는 8,400만여원의 양도소득세를 물게 된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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