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졸속 결산은 부실 예산 심의 부른다

국회가 2012년도 집행예산 결산심사를 늦어도 한참 늦은 4일에야 재개했다. 결산심사는 국회법상 진작에 끝났어야 했지만 여야 대치정국 속에서 한치의 진전도 보지 못했다.


국회법 제128조는 전년도 결산을 9월 정기국회 이전인 8월31일까지 마무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전결산심사제 도입의 취지는 정기국회 때 계류 법안과 예산안 심의를 밀도 있게 진행하자는 데 있다. 그런데도 법정시한 2개월을 넘도록 국회가 기본적인 책무마저 방기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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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국회가 결산처리 법정시한을 넘긴 것은 한두번이 아니었다. 지난 2003년 사전결산심사제를 도입한 후 법정시한을 지킨 적은 2011년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 지연 통과시켰다고 해서 나라살림의 씀씀이를 제대로 살펴본 것도 아니다. 해마다 지각처리와 졸속심사로 점철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졸속ㆍ지연심사의 재판이 될 모양이다. 정보위와 국방위에서는 야당이 국정원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를 문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민 혈세가 투명하게 집행되는지를 감시하는 것은 국회의 고유 임무이자 권한이지만 그것이 정쟁으로 치닫는 것은 곤란하다. 만약 국정원의 예산집행에 문제가 있다면 새해 예산안 심사에서 걸러내 삭감하면 될 일이다. 정쟁으로 허송세월하기에는 정기국회 일정도 너무나 빠듯하다. 국회는 오는 15일을 결산처리의 데드라인으로 잡고 있다. 12월2일이 법정시한인 새해 예산심의 일정을 역순으로 계산한 것이다.

누적된 재정적자로 나라곳간의 감시와 견제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에서 나라살림을 마사지했다는 의혹이 새 정부에서 제기되며 13조원의 추경까지 편성하기도 했다. 졸속 결산검사로는 허투루 쓰인 재정을 잡아낼 수 없다. 정부가 혈세를 적정하게 사용했는지를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서는 새해 예산안이 졸속 처리될 것임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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