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권] 대우여파 연말 대출시장 경색 우려

대우손실로 BIS비율마저 위협받고 있는데다 금융기관장에 대한 사정설까지 이어지면서 은행권을 축으로 한 금융기관들의 대출심리는 극도로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다.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3일 『대우여파에 따라 연말 대출시장에 한랭전선이 위세를 떨치고 있다』며 『최소한 연말까지는 금리인하를 고리로 한 대출세일을 자제해줄 것을 일선지점에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H은행의 여신담당 부장은 『대우에 지난 7월 4조원의 신규자금이 집행된 데 이어 워크아웃 플랜이 확정됨으로써 막대한 자금지원이 불가피하게 됐다』며 『상대적으로 정상 이하 기업에 대한 자금배분에 왜곡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금융기관들은 이달 초까지 대우 12개사에 총 4조7,000억원 규모(외화 27억8,900만달러 포함)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지원되는 이들 신규자금은 고스란히 은행의 추가손실로 반영된다. 그는 『「응급실 환자」에게 지나치게 많은 피를 수혈, 외래환자에게 돌아갈 여력이 줄어들었다』며 『전체 자금여력 규모로 볼 때 대우 부분의 신규자금이 대세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지만 앞으로도 추가지원이 불가피하고 무엇보다 전체 대출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우의 부실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커지면서 충당금 적립규모가 늘어나 은행마다 BIS비율이 떨어지게 된 점도 대출경색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한빛은행의 경우 대우 부분의 충당금이 설정됨에 따라 BIS비율이 최소기준인 8%를 간신히 넘는 수준(8.1%)에 이를 것까지 각오하고 있다. 기업들의 자금조달 수단 중 하나인 회사채 부분도 마찬가지이다. 회사채 보유기관인 투신사들은 유동성 부족에 대비, 차환발행을 기피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회사채 발행시장 자체도 마비되고 있다. 5대 그룹은 부채비율 200%를 맞추기 위해, 6대 이하는 일부 우량기업을 제외하고는 자체신용도가 떨어져 회사채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금융기관들에 기업들의 자금수요를 흡수할 만한 여력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회사채 차환발행이 안돼 은행으로 찾아가지만 은행은 자체여건 때문에 선뜻 대출을 하지 못하고 기껏해야 은행의 자금운용 사정상 1년 미만의 대출에 국한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셈이다. J은행 관계자는 『상반기까지는 대출세일에 여념이 없었지만 대우와 투신사를 고리로 해 은행의 자금사정도 나빠져 스프레드(가산금리) 비율이 최고 5%포인트까지 높아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믿을 만한 중소기업도 은행 사이의 아귀다툼 끝에 바닥이 났고 나머지 기업은 위험도 때문에 더이상 대출을 해줄 수 없는 지경이라는 설명이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연말로 갈수록 기업들의 자금수요는 늘게 마련』이라며 『현재의 대출시장 분위기로 판단할 때 신용경색 국면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 정부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기기자YG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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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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