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갈등지향적인 노사관계를 풀지 않고서는 국민소득 3만달러 진입은 불가능합니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해요.”
최종태(사진) 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은 대한민국이 놀라운 압축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노사관계는 여전히 1990년대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 전 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과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동반자적인 노사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1999년),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2003년)을 거쳐 지난 2010년부터 올 6월까지 노사정위원장직을 역임한 노동계의 대표적인 원로 학자다. 현재는 독일 훔볼트재단 초청으로 베를린자유대학과 포츠담대학에서 노사관계 및 사회적 대화를 연구하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은 “우리나라가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한 가장 큰 문제점이 갈등지향적인 노사관계”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득 3만달러 시대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정작 경제발전의 핵심 당사자인 노사는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는 상대방을 인정하지 못하고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오늘날 한국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현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최근 계속되고 있는 현대차 노사 갈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현대차는 세계적인 기업이지만 노사관계는 여전히 후진적인 상태에 머물고 있다”면서 “사측은 자본지향적인 이데올로기에, 노측은 교조적인 노조이념주의에 빠져 있다. 그러다 보니 대화가 잘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갈등을 풀 수 있는 출발점은 “양보와 타협”이라면서 “당사자들이 갈등적인 노사관계를 뛰어넘고 상생의 노사관계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의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를 언급하며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 전위원장은 “하버마스는 독일의 인식철학을 의사소통철학으로 바꾼 학자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의사소통 공동체”라면서 “독일의 노사가 동반자적인 노사관계 문화를 형성할 수 있었던 배경은 사회적으로 대화가 가능한 시스템이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 노사도 이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