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서로를 돌보는 여유를/문동신 농어촌진흥공사 사장(로터리)

요즈음 경기불황으로 살림살이는 어려워졌지만 경제권을 주부가 관리하는 가정이 많아져 가장의 음주습관이 바뀌고 외식 등 낭비요소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또 미래에 대비하자는 심리가 높아져 보험가입자가 늘고 어떠한 경우라도 이혼해서는 안된다는 응답률이 높아지는 등 가족간의 결속력이 강해지고 있다고 한다.이처럼 사람이 살아가면서 어려움을 겪게 되면 이를 극복하는 지혜가 생기고 나쁜일과 좋은일은 늘 같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 민족은 무엇이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넘치는 것을 경계하며 매사에 낙천적인 성품을 가질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한국인이 좋아 우리나라로 귀화한 외국인들이 최근 속속 한국을 떠나고 있다고 한다. 치솟은 물가로 인한 경제적인 어려움보다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끈끈한 정과 인심 등 좋은 덕목이 점차 사라지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외국에 있다가 돌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국생활이 처음에는 긴장감이 있고 살아 있음을 실감하는 것 같지만 며칠만 지나면 사무적이고도 일시적인 인간관계와 무질서 등으로 피곤이 쌓이게 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앞만 보고 달리느라 서로를 돌보는 여유를 잊어버렸다. 경제적인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하였지만 그보다 중요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유대와 신뢰가 없어지고 있다. 한국인은 무서워야 할 정승이나 해태상조차 모두 미소짓고 있듯이 가난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고 이웃과의 상부상조 정신이 강했다. 은근과 끈기의 정신으로 콩 반쪽이라도 나눠 먹던 아름다운 우리 문화가 점차 사라지고 웃음학과 신바람 강사가 생겨날 정도로 신명을 잃어가고 있다. 다행인 것은 아직까지 한국인들의 90%이상이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중산층은 자신이 사회에 일조한다는 생각과 나보다 못한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삶을 바라보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문화의 세기라 일컬어지는 21세기의 목전에 와 있다. 다가오는 신세기에는 과학문명의 부작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고 인간 존엄성의 가치가 중시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이제 달력의 마지막장을 넘기면서 남은 한달만이라도 위기를 기회로 삼아 좋은 생활습관을 되찾고 이웃을 돌보는 여유를 갖는다면 잃어버린 유산인 우리의 웃음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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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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