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톱니바퀴의 절묘한 조화

예전에 부서진 시계 속을 본적이 있다. 큰 톱니바퀴와 작은 톱니바퀴가 절묘하게 맞물려 있었다. 호기심에 시계를 잡고 흔들어보니 작은 톱니 몇 개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돌아다녔다. 제 아무리 작은 톱니라고 하더라도 아귀가 제대로 맞지 않으면 큰 톱니바퀴의 기능은 정지될 수밖에 없다. 이는 시계 속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사물의 이치가 아닌가 싶다. 많은 사람들은 세상을 평가할 때 큰 톱니바퀴만 이야기한다. 마치 큰 톱니바퀴가 세상의 전부인 양 때로는 과장될 정도로 큰 톱니바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언론도 가시적인 관점에서 세상을 진단하고 정부정책도 큰 틀에서 진행된다. 의도적이거나 혹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작은 톱니바퀴의 역할이나 필요성이 무시되거나 축소되는 경향이 생기기도 한다. 대중국 교역이 활성화되면서 인천항은 현재 중국과의 교역 물동량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우리도 송도에 새로운 컨테이너 부두를 건설하고 배후 물류단지를 개발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장인 필자도 거의 모든 관심이 여기에 쏠려 있다. 필자 역시 큰 톱니바퀴만 바라보는 셈이다. 대중국 교역이 이처럼 활성화되고 국가 경제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물꼬를 튼 사람은 소규모 무역상, 소위 보따리 상인들이다. 지금도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에는 커다란 가방에 한가득 물건을 싣고 중국과 인천을 오가며 생업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이들은 중국 진출 창구의 모든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큰 톱니바퀴였던 셈이다. 그러나 지금 이들의 역할은 줄어들었다. 중국 교역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해진 지 이미 오래다. 세관과 출입국관리소는 물론 일반 여행객들의 시선도 차갑다. 한때 제법 많은 돈을 벌었던 적도 있다지만 현재는 월 평균 150만원 수준의 벌이를 넘지 못한다고 한다. 작은 톱니바퀴로 전락한 셈이다. 요즘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는 양극화다. 자유주의 경제체제 아래서 피할 수 없는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경쟁력이 없는 산업 분야나 빈곤층의 어려움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소규모 무역상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작은 톱니바퀴들에 관심을 갖고 이들을 지키는 것은 사회적인 과제다. 이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 없이 대한민국이라는 큰 톱니바퀴는 제대로 굴러가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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