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의학의 인기가 하늘을 치솟고 있지만 이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와 주목된다.
소설가 김태연(43)씨는 최근 펴낸 `반인간`에서 한의학이 과학적 근거도 없이 대중적인 인기를 업고 잘못된 처방을 내리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는 “한의학이 내리는 처방은 경험론에 근거한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라며 “침 한방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하는 와사(입이나 얼굴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것)는 가만 놔둬도 원상태로 돌아오고, 가정 상비약이 되다시피한 우황청심원은 수은과 비소가 다량 함유돼 상복하면 죽을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허준의 동의보감은 중국의 역대 의서를 정리한 것이고, 이제마의 사상의학 체계도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일종의 가설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나아가 그는 “높은 시장성에 발목을 잡혀 스스로 이익집단화된 한의학계가 국민들의 무지를 이용, 돈벌이에 급급하고 있다”며 “일본이 100년전 한의학을 포기한 것과 같이 한의학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완전히 재정리되지 않고서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번에 낸 소설은 `폐쇄병동(1989)`, `그림 같은 시절(1994)`에 이어 세번째로 30대 중반의 노처녀 정보기관원 최보자가 강남에서 세계적인 다이어트 명약이 개발됐다는 소식을 듣고 탐문을 벌인 결과 그 약의 재료가 사람고기였다는 사실에 경악한다는 내용이다. 동식물 천연재료를 약용으로 쓰는 한의학의 극한에는 인육에 대한 집착이 숨어있다는 암시다.
고교때부터 한학에 관심이 많았던 김 씨는 당초 호의적인 입장에서 한의학에 관심을 갖게 됐으나 대중들을 비과학으로 몰아 넣고 있는 한의학의 잘못된 관행을 도저히 지나칠 수 없었다고 말한다.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하면서 틈틈히 문학과 동양학을 공부한 그는 대학 4년때 `문학정신`에서 주관한 1,000만원 현상 공모전에 당선되면서 소설가의 길을 걷게 된다. 최근 소설등 인문학의 쇠퇴 현상에 대해서는 “소재가 제한되고 기존의 서술방식에 안주하고 있는 순문학이 살 길은 다양화된 사회에 맞춰 스스로를 끊임없이 변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