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에 대응해 실시된 개발도상국들의 각종 경기 안정책이 되려 '역효과'를 내며 현지 경제를 옥죄고 있다.
축산업 강국인 남미 아르헨티나와 남미 최대 원유 생산국인 베네수엘라는 경제위기 초반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고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각각 축산 및 원유에 대해 강력한 가격 억제 정책을 실시했지만, 이로 인한 '부메랑' 효과가 발생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태다.
브라질 일간 폴랴 데 상파울루는 17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축산업이 인플레 통제를 내세운 정부의 가격 억제 조치로 사실상 위기 국면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축산업은 자동차 산업 등과 함께 아르헨티나 경제를 지탱하는 중심 축이지만 정부는 지난 2005년 이후 수출을 억제하고 소비자 판매 가격을 지속적으로 통제하는 정책을 써왔다.
아르헨티나 축산업자들은 정부의 수출 억제 조치가 잇따르면서 채산성이 떨어지자 사육하던 소를 도살하는가 하면 소의 먹이로 사용하던 목초지를 대두 재배지로 전환했다.
여기에 소 사육수 감소와 사상 최악의 가뭄 사태까지 겹치면서 올해 아르헨티나의 쇠고기 비축량은 270만톤으로 지난해의 5%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쇠고기 생산이 크게 줄어들자 내수 시장에 대한 공급량을 유지하는 것이 정부 정책의 급선무가 됐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내 쇠고기 판매가격이 세계 최저 수준까지 내려가 있어 수입에 의존할 경우 인플레를 자극하는 또 다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남미 최대 원유 생산국인 베네수엘라는 상대적으로 싼 원유 가격 문제로 고전하고 있다. 국제 원유가격이 하락하며 수출로 인한 정부 수입은 줄어들었지만, 터무늬 없이 싼 국내 원유 가격으로 인해 자국에서의 세수 확대가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석유 매장량을 기준으로 전 세계 2~3위를 다투고 있는 베네수엘라는 휘발유 가격을 현재 갤런 당 16센트로 우유 1리터 가격(2달러) 보다도 낮게 유지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최근 베네수엘라는 과거 13년 동안 동결해 온 유가 인상 문제를 재검토하고 있다. 휴고 차베스 대통령은 "사람들이 값비싼 차를 몰며 기름을 과도하게 소비하고 있다"며 "부유한 사람들이 기름값을 거의 지불하지 않고 있다는 건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지 휘발유 가격을 약간 인상한다고 정부 세수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현지 원유 가격을 글로벌 평균가 수준으로 올리려면 현 수준보다 10배 이상은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