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유럽 증권시장이 탄생될 것인가.지난 7월 독일과 영국이 증권시장을 통합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18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 유럽연합(EU)국들도 동참 의사를 보이면서 거대 유럽 증권시장 개설 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EU 각국 당국자들은 다음 주 파리에 모여 유럽 증권시장의 구조와 거래체계 등 구체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유럽 증권시장 창설 움직임은 무엇보다 내년 1월의 단일 유러화 출범에 맞춰 단일 주식시장을 만들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각국의 통화가 유러화로 단일화하는 만큼 한군데서 공통의 거래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규모 확대는 물론 효율성을 꾀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 역내 증권사들은 단일시장이 생길 경우, 지금까지 소속 11개국의 주식거래시스템이 다른데 따라 부담해온 금융비용이 사라져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될 전망이다. 사실 유럽 각국 증시는 유럽 우량기업들이 규모가 크고 자금조달이 쉬운 미국의 뉴욕 증권거래소로 달려가면서 애를 태웠다. 특히 고도성장기업이 상장돼있는 미 나스닥시장에 상대적으로 밀려왔던 상황이다.
하지만 단일 시장이 탄생될 경우 규모 확대뿐 아니라 주식거래가 활성화돼 유럽 증시의 르네상스를 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이미 네델란드의 암스테르담 증시는 가입의사를 밝혔고 스페인도 최근 동참의사를 표시하면서 유럽 통합 증권시장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탄력을 얻고있다.
유럽 증권시장 탄생을 주도하는 국가는 독일이다. 현재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증시는 이미 파리, 암스테르담, 벨기에의 브뤼셀증시와 연합, 고성장기업 상장을 전문으로 하는 유러.NM 증시를 운영하고 있다. 독일은 또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증시에 자국의 거래시스템을 도입했고 핀란드의 헬싱키증시와도 단일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단일시장 건설에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유럽증권시장을 어디에 세울 것인지의 민감한 정치사안에서부터 단일 거래방식과 결제시스템을 어떻게 결정한 것인지의 기술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합의해야할 부분이 적지않기 때문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독일 주도의 단일시장 형성 과정에 동등한 권한을 부여받을 것을 전제로 가입하겠다고 밝힌 것은 유럽 증권시장 탄생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유러화 체제를 앞두고 단일시장 탄생의 진통은 있을지언정 유럽 증권시장의 탄생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이병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