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濠 경제, 사상 최악 자연재해로 휘청

홍수·사이클론 잇따라 덮쳐 탄광·주요 농산물 피해 극심<br>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 우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G20(주요 20개국) 회원국 중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하며 야심차게 출구 전략을 가동했던 호주의 '캥거루 경제'가 100년 만의 최악이라는 자연 재해 앞에 휘청대고 있다. 호주 경제는 지난 2년 동안 극심했던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세에 힘입어 성장을 지속했으나 최근의 홍수와 사이클론으로 인해 이번 분기(1~3월)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호주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에 따르면 웨인 스완 호주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석탄 및 농산물 수출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호주 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 도 있다"고 밝혔다. 스완 부총리가 역 성장을 언급한 것은 폭우 피해 발생 이후 처음이다. 지난 해 11월 말부터 두 달간 계속된 몬순 홍수로 남한 면적의 9배에 달하는 호주 국토가 물에 잠기면서 35명이 목숨을 잃었고, 대형 광산들이 문을 닫았다. 밀ㆍ면화 등 주요 농산물 경작지는 황폐화했고 소ㆍ양 등 가축도 상당수 유실됐다. 호주중앙은행(RBA)에 따르면 홍수로 인한 피해액은 80억 호주달러에 달하고, 이로 인해 올 회계연도(2010년7월~2011년6월)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정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호주 정부가 홍수 피해 복구 지원을 위해 18억 규모의 홍수세를 한시적으로 부과하는 등의 재건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사이에 이달 초 또 다른 자연 재해가 호주를 덮쳤다. 홍수로 엉망이 된 퀸즐랜드주(州)에 지난 2005년 미국을 덮쳤던 허리케인 '카트리나'보다 더 강한 사이클론 '야시'가 몰아치면서 10억 호주달러 규모의 추가 피해를 냈다. 특히 사탕수수와 바나나 경작지의 피해가 극심했다. 뿐만 아니라 퀸즐랜드주가 물난리를 겪고 있는 동안 서호주주(州)는 대형 산불이 번지면서 비상 재난 지역을 선포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국가 경제 성장 동력이 크게 상실된 상황에서 물가가 뜀박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이클론 발생 직후 바나나 가격은 이미 한차례 인상됐고, 육류, 채소류 등 기타 식품 가격도 줄줄이 오름세다. 경작지가 황폐화한 탓에 이 같은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RBA가 이달 초엔 기준금리를 4.75%로 동결했지만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질 경우엔 기준금리 상향을 검토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리를 인상할 경우 모기지 대출 상환 연체자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 금리 인상에 있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호주는 지난 2009년 10월 2%인 기준금리를 3.25%로 상향 조정하면서 G20 회원국 가운데 가장 먼저 출구로 나갔다. 오는 2013년까지 국가 재정을 흑자로 돌려놓겠다는 줄리아 길러드 총리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의 카이런 커리 애널리스트는 "두 달 간의 자연 재난으로 인해 호우 정부는 더 많은 자금 조달과 비용 지출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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