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사진 없는 대통령 골프

노무현 대통령이 휴일인 4일 부인 권양숙 여사와 청와대 비서진, 정부각료 등과 어울려 골프를 쳤다. 노대통령은 이날 생애 첫 버디를 기록했고, 권여사도 버디를 기록해 유쾌함이 더했을 듯 싶다. 과거 정부에서도 출범 초에는 의례 대통령의 골프관(觀)이 사회적 관심사가 되었다. 특히 공직자의 경우 생활패턴의 변화와 직결되는 문제라 지대한 관심을 갖게 마련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나는 재임 중 골프를 치지 않겠다”고 말함으로써 공직자에게 사실상 골프금족령을 내렸다. 김대중 대통령은 골프불간섭 입장을 표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의 우울함 속에서 박세리 선수가 미국 여자프로골프선수권대회에서 잇달아 승전보를 보내와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던 터라 김대중 대통령은 골프대중화방안을 강구토록 지시하기도 했다. 현 정부 들어 대통령의 골프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정부가 업무와 관련한 골프접대를 받을 경우 징계를 받도록 된 공무원 행동강령을 만들고, 나중에 재경부에 의해 무효화됐지만 국세청이 기업의 골프접대비의 비용불인정 방침을 밝힌 것 정도가 고작이었다. 노 대통령은 취임 후 지난 달 17일 청남대에서 여야대표와 골프를 친 데 이어, 다음날 같은 장소에서 부인ㆍ주치의 등과 한차례 더 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 까지 3차례의 골프를 쳤다. 노무현 대통령의 골프관은 최소한 이전 두 대통령 보다는 진취적임을 알 수 있다. 휴일에 자기 돈 내고 골프를 치는 것은 상관하지 않겠다는 얘기이기 때문에 접대골프가 아닌 한 공직자들은 안도해도 좋을 듯하다. 김영삼 정부 때도 골프금족령을 내렸다고는 하지만 이를 이행한 공직자는 극소수에 불과했고, 대다수의 공직자는 편법적인 방법으로 골프를 즐겼다. 골프에 관대했던 김대중 정부에서도 현충일이나 수해 때 골프를 친 공직자의 얘기가 보도되면 골프단속이 실시되기도 했다. 골프는 개인의 취미 생활의 영역이므로 정부가 하라, 마라고 강요할 대상이 아니고, 단속의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다. 정ㆍ경유착 관ㆍ경유착의 연결고리로서 골프금지를 말하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 허황된 얘기다. 골프를 못 치게 하면 없어지는 유착이 아니기 때문이다. 골프단속이 아니라 제도를 통한 단속이 필요하다. 노 대통령의 골프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부자들이 소비해야 경기가 산다고 말해 소비권장 의도가 있음을 비쳤다. 부자들은 나라가 걱정을 안 해줘도 쓸 것은 다 쓴다. 골프부킹 대란이란 말이 왜 있는지를 알았으면 좋겠다. 부자들의 소비를 권장하는 모습보다 경기위축으로 생활고가 심각한 서민경제를 보살피는 모습이 서민적 대통령으로 어울리지 않았을까. 대통령의 골프 치는 장면이 영상으로 보도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청와대도 그 점을 모르진 않았던 것 같다. <정문재기자 timot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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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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