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은 과연 한국인 인질석방의 뜻이 있는가.”
한국인 21명을 억류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이 한국인 인질석방 입장을 잇따라 번복하면서 탈레반의 인질석방 의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주 말부터 대면방식으로 이뤄진 우리 정부와 탈레반간 협상전망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12일 “탈레반 지도자위원회가 결정을 바꿔 여성 2명이 석방 도중 되돌아갔다”며 전날 ‘선의의 뜻’으로 조건 없이 한국인 여성인질 2명을 석방했다는 자신의 말을 뒤집었다.
탈레반의 한국인 인질석방 발표에 대한 혼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탈레반 측은 지난달 25일 한국인 인질 8명을 석방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프간 정부 측에 인질들을 인도하기 위해 석방장소로 가던 중 주변에 아프간 정부 측 전차 등이 배치된 것을 확인하고 인질들을 데리고 자신들의 본거지로 되돌아갔다. 특히 8명의 인질 석방설이 나온 시점에 탈레반 측은 한국인 인질 중 첫 희생자인 배형규 목사를 살해했다.
한국인 인질석방과 관련, 탈레반 측이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은 내부의 갈등과 이견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사정에 정통한 아프간 소식통은 “종종 지역 탈레반 조직이 지도자위원회의 결정을 따르지 않을 때가 있다”며 “인질을 억류한 지역 조직의 반발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번 인질석방 보류가 탈레반 내부의 갈등 때문이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앞으로 석방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탈레반 측의 요구조건이 다양하고 납치단체도 여러 갈래인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채널이 통일돼 있지 않고 복잡하면 우리 정부 측에서 대응하기 쉽지 않다.
탈레반 측은 그동안 공식적으로 아프간 정부에 ‘포로’로 잡혀 있는 자신들의 동료들과 맞교환 석방을 요구하며 강경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탈레반 죄수석방은 아프간 정부와 미국의 결정이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사안으로 한국 정부의 역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이유로 탈레반 일부에서 인질 석방의 대가로 몸값 지불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질석방의 기대감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특히 이번에는 탈레반 측의 협상의지가 강한데다 인질 석방설이 한국정부와 탈레반간 대면협상이 이뤄진 뒤에 나왔고 석방대상 여성인질 2명의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한국인 인질의 무사귀환을 위한 물꼬가 곧 트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아마디는 이날 “여성인질 2명을 선(先)석방한다는 기본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사태가 빨리 해결되길 바란다” “한국정부와 대면협상에 만족한다”고 밝혔고 우리 정부도 “탈레반 측과 접촉이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해 낙관적인 시각에 힘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