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빌 게이츠의 원대한 꿈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쌍방향 TV의 발전을 앞당기기 위해 케이블업계의 거물 컴캐스트에 10억달러를 투자했다.미국 전역에 동축 케이블을 까느라 빚더미에 앉았지만 케이블업계는 아직 할일이 많다. TV, 전화, 컴퓨터가 통합돼 시청자들이 영화프로와 피자를 주문하고, 아이의 선생님에게 전자메일을 보내고 인터넷에 들어가 쇼핑을 할 수 있게 하는 「쌍방향 TV」시대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케이블은 아직 지루하게 TV재방송, 레슬링, 정보광고나 틀어대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지난주 디지털시대의 선구자들인 마이크로소프트(MS) 황제 빌 게이츠와 컴캐스트 사장 브라이언 로버츠가 손을 잡음으로써 TV와 컴퓨터의 결합이 강력한 추진력을 얻게 됐다. MS가 4백30만명의 가입자를 갖고 있는 컴캐스트에 10억달러를 투자, 필라델피아에 소재한 미국 4위의 케이블 운영업체인 이 회사지분 11.5%를 인수키로 한 것이다. 게이츠와 로버츠는 케이블업체들이 수년전부터 약속해 왔지만 아직까지 실현시키지 못한 것을 하려고 나섰다. 그것은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서비스와 그 서비스를 실어나를 수 있는 더 큰 전송망이다. 이에따라 시청자들은 케이블망을 통해 더 많은 채널, 선명한 영상과 소리, 쌍방향 TV가이드를 즐길 수 있고 고속 케이블 모뎀을 이용, 순식간에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이번 계약으로 베이비 붐세대의 기업가가 이끄는 두 첨단기업이 결합하게 됐다. 7주전 게이츠가 케이블업계 인사들을 초청, 마련한 만찬에서 41세의 게이츠와 37세의 로버츠는 나란히 앉아 있었다. 게이츠가 마련한 자리여선지 그는 케이블업체들이 인터넷 전송을 실행하기 위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데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고 불평했다. 그러자 로버츠는 『케이블산업에 투자하지 않겠느냐. 그럴 경우 정말 의미있는 결단이 될 것이다』고 반문했다. 게이츠는 그같은 결단에 거액이 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10억달러면 컴캐스트사의 지분 11%를 살 수가 있다.(MS일 경우 18억달러가 소요된다) 로버츠는 뉴욕의 투자은행인 라자드 프레리즈의 부회장으로 새로 승진한 스티븐 래트너를 대동하고 시애틀로 돌아왔다. 로버츠나 게이츠처럼 래트너는 미디어와 테크놀로지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자제성이 강한 베이비부머다. 만찬이 지난지 4주만인 화요일 아침, 게이츠와 MS 기술발전부문 부사장 그렉 마페이는 래트너가 머물고 있는 우드마크호텔에서 옥수수 머핀을 먹으며 로버츠와의 계약에 대해 논의했다. 비록 게이츠가 이번 계약의 일부로 매입하는 우선주에 대한 설명을 듣고난 후이긴 했지만 이날 저녁 이들은 게이츠의 사무실에서 구체적인 사항에 합의했다. 로버츠는 『우리는 말많은 팀과 함께 6개월간의 협상을 벌일 필요가 없다』며 『목장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결심을 굳히고 행동에 들어가는 고위 경영진을 상대하는 사람들인 것이다.』고 말한다. 사실 컴캐스트라는 목장에는 투자할 만한 것이 별로 남아있지 않다. 로버츠와 컴캐스트 주식 7%를 보유하고 있는 그의 77세의 아버지 랄프는 통신서비스와 프로그램을 수집하는데 수십억달러를 사용했다. 이들이 투자한 대상은 홈 쇼핑채널인 QVC의 57%, 오락프로그램인 E!엔터테이먼트의 68.8%, 미프로농구팀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와 프로아이스하키팀 플라이어스, 기업 전화서비스회사인 텔리포트 커뮤니케이션그룹의 20%, 이동통신업체인 스프린트 스펙트럼의 15%의 지분이다. 컴캐스트가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업계에서 광대역이라고 부르는 기존 케이블망보다 더 대용량의 파이프라인을 필요로 하고, MS는 이에 대한 투자가 가능한 상태다. 로버츠는 『광대역망을 개발해 최신식 반도체칩과 연결하고 최신 소프트웨어를 채택하면, 우리는 TV와 PC 모두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MS 자신이 계획하고 있는 성장플랜을 수행하기 위해 MS는 온라인 뉴스, 오락, 쇼핑프로그램등 대량의 멀티미디어 정보를 전송하기 위한 광대역망이 필요로 하고 있다. MS의 자금으로 이제 컴캐스트는 광섬유케이블의 구축을 가속화시켜 고속의 인터넷접속 기능을 확대하고 MS와 함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동시에 채무를 줄일 수 있다. 컴캐스트에 투자한 것은 MS가 컴퓨터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사람들로부터 벗어나 대중적인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시도로 해석된다. 두달전 게이츠는 TV를 통해 인터넷 항해를 가능케 하는 셋톱박스를 만드는 웹TV네트워크에 4억2천5백만달러를 투자했다. 파인 웨버사의 미디어분석가인 크리스토퍼 딕슨은 『게이츠는 인터넷이 기술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중개물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그것은 내용물을 확보해야 하고 배급망도 갖춰야 한다. 중요한 것은 MS가 이전 투자에 맞춰 개발기회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라고 덧붙였다. 게이츠와 로버츠는 다른 방향에서 살아오다 이번 교차로에서 만났다. 게이츠는 하버드대학을 중퇴하고 자신이 갖고있던 천부적인 프로그래밍기술을 바탕으로 거대한 소프트웨어회사를 설립했다. 필라델피아 벨트제조업자의 아들인 로버츠는 와튼대를 졸업하고 케이블 운영업자로 변신했으며 아버지로부터 경영수업을 받았다. 랄프 로버츠는 벨트를 매지않는 바지가 자신의 제품을 무용지물로 만들 것을 우려해 지난 62년 벨트업계를 떠났다. 브라이언은 90년에 회장 후임으로 들어앉았다. MS는 틀림없이 다른 업체들의 투자가 활기를 띠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FCC의장인 리드 헌트는 이번 거래가 케이블산업 및 전화업체들로 하여금 쌍방향방송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지난 1년반동안 케이블업계는 그들이 갖고있는 강점이 무엇이고 얼마나 귀중한 것인가를 모두에게 설명하려고 애써왔다』면서 『게이츠가 승인도장을 찍은 이후라면 모두가 귀담아 들으려고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로버츠는 수익이 줄어들고 경쟁은 격화되는 상황에서 일찍이 컴캐스트의 73억달러에 이르는 부채를 줄이라는 주주들이 압력에 굴복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매우 기뻐하고 있다. 로버츠는 『사람들은 위성이 등장하면 케이블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가 만일 우수한 서비스와 많은 채널을 제공하는데 이어 디지털 서비스까지 실시한다면 완전히 새로운 사업을 갖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빌 게이츠가 똑같은 비젼을 갖고 있다는 것이 결코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스태시 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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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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