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공지능 컴퓨터(해외과학가 산책)

1997년 1월 27일 HAL이 태어난 날이다. 미국 공상과학소설 작가인 아써 클라크의 원작을 바탕으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만든 「2001:스페이스 오딧세이」라는 영화를 보면 이날 미국 일리노이주 얼바나시에서 인공지능을 가진 HAL이라는 컴퓨터가 태어난다.HAL은 「Heuristically­programmed Algorithmic computer」, 곧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된 알고리즘을 갖는 컴퓨터다. 바꿔 말하면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고 보고 느끼고 판단하는, 미래의 인공지능 컴퓨터다. HAL은 태어나자마자 각종 특별 교육을 받아 4살이 되는 2001년 5명의 승무원과 함께 디스커버리호를 타고 모든 임무를 총괄 지휘하며 목성 탐사에 나선다. 그러나 우주 항행 도중 사소한 일로 승무원들은 HAL이 고장났다고 판단, 작동을 중지시키기로 결정한다. 이를 알아차린 HAL은 자신의 임무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한 승무원이 우주 유영 나간 사이 4명의 승무원을 죽여버린다. 살아남은 승무원은 갖은 고생 끝에 비상 창문을 열고 몰래 들어와 HAL의 두뇌에 연결된 동력을 끊어 작동을 중지시킨다. HAL의 생일을 맞은 지금 이 시점에서 보면 HAL은 예정된 생일에 태어나지 못할 것이 뻔하다. 음성 인식과 음성 합성 기술에서는 2001년께 HAL과 어느 정도 비슷한 능력을 가진 컴퓨터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또 대화 능력에서 지금의 기술은 특정한 주제에 관한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 거리를 데이터베이스에 넣어 놓고 컴퓨터와 대화를 시도해볼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은 상당히 많은 어휘를 구사하는 앵무새와 대화를 하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모든 종류의 상식을 거미줄처럼 얼기설기 엮어 놓은 거대한 분량의 지식데이터베이스(Knowledgebase)가 필요하다. 지식데이터베이스를 가진 현재의 컴퓨터는 「Time flies like an arrow」를 「시간 파리들은 화살을 좋아한다」로 풀이하는 얼토당토 않는 번역은 자제할 줄 아는 수준이다. 지식데이터베이스만으로는 부족하다. 스스로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보와 경험을 토대로 스스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학습할 수 있는 자기 학습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그러나 자기 학습 프로그램이 모든 공백을 메울 수는 없다. 문제는 상상력이다. 상상력은 상식에 벗어난다. 지식데이터베이스와 자기 학습 프로그램을 가진 컴퓨터는 새로운 것을 발견할 때 상식에 어긋난다고 판단하면 스스로 없애버린다. 여기서 상상력의 돌파구가 필요하다. 때로는 「시간 파리」라는 새로운 종의 돌연변이 파리가 나타날 수 있고 「파리가 화살을 좋아」하는 특수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상상력이다. 이 상상력은 항상 상식에서 벗어난다. 따라서 상상력과 상식을 절충할 줄 아는 컴퓨터가 등장하는 날이 바로 HAL의 생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먼훗날 그 언젠가 HAL이 등장하면 우리는 HAL이 아무리 못마땅하더라도 동력을 꺼버리겠다고 위협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워싱턴=허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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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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