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경기지표 아직 확신못해"… 내년 1분기께나 가능할듯

4분기 성장률 뒷걸음질 우려에 선진국 경제·원자재값 등도 불안<br>채권시장은 통화정책 부담 덜어 금리하락 당분간 더 이어질듯<br>한발 물러선 이성태 총재… 금리인상은 언제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인상 경계 경보를 '적색'에서 '황색'으로 내렸다. 특히 이 총재는 9일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의) 금리인상 거론이 오는 11월, 12월 올릴 것이라는 예고는 아니다" "언론이 너무 (금리인상이) 임박한 것처럼 보도한 감이 있다"는 등의 직설적 표현을 사용했다. 이를 감안할 경우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금리인상 시기는 내년 1ㆍ4분기(1~3월)쯤으로 보는 견해들이 많아졌다. ◇한발 물러선 이 총재=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의 발언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던 지난 8월, 9월에 비해 사뭇 달랐다. 우선 경기 불확실성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4ㆍ4분기 성장률이 재정정책 효과가 떨어지면서 2ㆍ4, 3ㆍ4분기보다 약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3ㆍ4분기 성장률은 예상치를 웃돌겠지만 이는 착시효과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장률이 높게 나오더라도 한은이 금리를 올리지 않는 이유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선진국 경기회복세 역시 자신하지 못한다고 단정했다. 게다가 원자재 가격 움직임이 불안하다고까지 말했다. 결국 국내외 경기회복의 불확실성상 당장 금리를 올리기는 무리라는 의견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금통위 발언에 대해서도 이례적으로 해명하는 자세를 나타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2%는 금융완화 정도가 강한 수준이라는 발언을 일부에서 금리인상 임박으로 보도했다"며 "하지만 이 같은 표현이 바로 다음달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예고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특히 통화정책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부동산이 아니라 물가와 경기라며 부동산만의 부작용으로 금리인상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리인상 언제 하나=한결 부드러워진 이 총재의 이날 회견을 보면 사실상 11월 금리인상설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금리를 올리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한달 전에 매파의 발톱이 아닌 비둘기파의 날갯짓을 보여줄 리 만무하다는 게 한은 안팎의 판단이다. 현재로서는 12월 가능성도 낮다. 3ㆍ4분기 성장률이 워낙 높아 4ㆍ4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뚝 떨어질 게 분명한데 여기에 대고 금리를 올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글로벌 경제의 더블딥(경기상승 후 재하강) 우려도 제기되고 있고 달러가치 변동에 따른 원자재 가격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확실한 모멘텀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연내 금리인상은 불투명해 보인다"며 "정부에서나 금통위원들도 한두달 더 경기지표를 확인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금리는 올해를 넘겨 내년 초에 인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부동산시장의 과열 추세가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고 산업활동 동향이 둔화되고 있다"며 "경기회복세가 뚜렷해지면 내년 1ㆍ4분기, 늦으면 상반기 내 금리인상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채권금리 일제히 하락세=채권시장은 이 총재의 우호적인 발언에 힘입어 강세를 나타냈다. 특히 금리인상에 부담을 많이 느꼈던 단기물이 장기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세가 두드러졌다. 금통위 직전까지 약보합권에 머물던 채권시장은 이 총재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강세로 전환됐다. 국채선물 시장에서 순매도를 보였던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서 국채선물은 33틱이나 뛰어올랐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월 대비 0.11%포인트 하락한 연 4.36%를 기록했다. 통안증권 2년물은 0.16%포인트나 급락한 연 4.42%를 나타냈다. 반면 장기물인 국고채 5년물은 내림폭이 0.04%포인트에 그쳤다. 김동환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까지 금통위에 대한 경계심이 강했는데 이 총재의 발언으로 연내 금리인상 불가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금리가 일제히 크게 내렸다"며 "통화정책 부담이 해소된 만큼 금리하락세는 당분간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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