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수 드시고 홀인원 하세요. 호출하시면 총괄사장이 바로 달려갑니다."
경북 왜관에 자리한 골프장 세븐밸리CC의 일반 회원이 총괄사장으로 임명돼 화제다. 골프장 회원이 사장으로 선임되기는 매우 이례적이다.
매일 허름한 점퍼와 운동화를 신고 골프장를 누비는 주인공은 김관영(54ㆍ사진)씨. 현재 건실한 중소기업체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한 그는 매일 아침 골프장과 10분 거리에 있는 자신의 회사에 잠시 들렀다가 오전9시께 골프장으로 출근한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회사는 산업용 송풍기를 제작하는 정풍으로 연 매출 5억원을 웃도는 중소기업으로 올 3월에는 모범납세자로 선정돼 국무총리 표창까지 받았다. 잘나가는 중소기업 대표가 골프장 총괄사장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김 사장은 "창립 때부터 골프장 회원으로 운영위원에 참여하며 골프장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올해 운영위원장이 되면서 직접 잔디를 깎고 코스를 돌면서 그린을 관리했는데 법인 관계자가 눈여겨본 게 계기였다"고 말했다. 총괄사장이 되면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했더니 법인에서 직접 경영을 해보라고 했다는 설명이다.
경영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골프장을 아끼는 회원이 직접 골프장 운영에 참여하면 회원들의 만족도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법인이 이달 초 그에게 경영을 맡긴 것이다.
김 사장은 오전에는 직접 코스를 관리하고 오후에는 이동식 음료배달 카트를 타고 내장객들에게 시원한 음료를 배달한다. 다른 골프장에서는 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 판매 수입금은 모두 지역 다문화가정 돕기에 사용된다. 이런 취지가 알려지면서 음료배달 사장을 호출하는 내장객이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 사장은 앞으로 회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골프장을 알릴 수 있는 다양한 계획을 세워뒀다. 매월 60여명의 연예인들을 초청해 다문화가정 돕기 자선행사를 진행하고 한 달의 한 번은 여성 골퍼를 위한 '레이디 데이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버디를 하면 골프장에서 2,000원씩 회원 이름으로 다문화가정 돕기 기부금도 적립해줄 방침이다.
그는 "내장객들은 저를 잔디 손질하는 인부인 줄 알고 있다"면서 "회원들을 위해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븐밸리CC는 세계 100대 골프장 2곳을 설계한 토니 캐시모어가 직접 설계해 2009년 개장했다. 최근 전 홀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설치, 야간개장을 하면서 샐러리맨 실속파 골퍼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