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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년의 기다림… 오르지 못할 정상은 없다

9일 호주서 아시안컵 개막

1960년 이후 정상 문턱서 좌절… 1996년 이란전 대패 '두바이 악몽'

2007년 선수들 룸살롱 음주 파문

영광보다 상처 더 많은 한국 축구… 이번에는 어떤 기억 안길까 관심

4년 전 아시안컵에서 ''조커''로 A매치 데뷔 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이번에는 대표팀 ''에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박지성의 등번호 7번을 물려받은 손흥민은 박지성도, 차범근도 못 든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을까. /=연합뉴스


'영원한 캡틴' 박지성의 국가대표 은퇴와 이란에 2대6으로 진 '두바이의 악몽'. 역대로 아시안컵은 한국 축구사에 굵직한 사건들을 남겼다. 4년 만에 다시 찾아온 아시안컵은 한국 축구에 또 어떤 기억을 안길까. 그 기억은 영광일까 상처일까.

제16회 아시안컵이 9일 호주에서 개막한다. 호주는 오세아니아 국가지만 지난 2006년 아시아축구연맹(AFC)에 편입했다. 오세아니아연맹 소속으로는 남미팀과의 플레이오프에서 이겨야 월드컵 본선에 나가는 불리한 면이 있었다. 축구에 한해 '아시아 국가'가 된 호주는 월드컵에 세 번 참가했고 2011년에는 아시안컵 준우승을 차지했다. 아시안컵 개최는 이번이 처음. 호주관광청은 31일까지 계속될 이번 대회를 통해 250억원이 넘는 수입을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호주와 이란·일본이 우승 후보로 꼽히는 가운데 한국도 55년 만의 정상 탈환에 도전한다. 오만·쿠웨이트·호주와 A조에 속해 10일 오후2시 오만과 첫 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아시아 맹주를 자처하면서도 대회 형태가 완전히 갖춰지기 전인 1956·1960년 우승한 후 번번이 정상 문턱에서 좌절했다. 우승 당시 대회는 4개국 풀리그로 운영됐다. 55년이 흘러 이번 대회 참가국은 16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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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 8강에서 이란에 2대6으로 역전패하는 등 한국은 아시안컵과 관련, 좋은 기억보다 쓰린 기억이 많다. 황선홍·홍명보·김주성을 데려가고도 역대 최다 실점으로 무너진 박종환 감독은 대회 직후 옷을 벗었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4개국이 공동 개최한 2007년에는 대회 기간 중 김상식·이운재·우성용·이동국이 새벽까지 현지 룸살롱에서 음주 파티를 벌여 사회적 파문을 몰고왔다. 경기에서는 0대0이 속출했고 최종 성적은 3위였다. 핌 베어벡 감독도 3·4위전 뒤 사임했다. 2011 카타르 대회는 국가대표 박지성의 고별 무대였다.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우즈베키스탄을 3대2로 꺾고 3위로 마감한 선수들은 벤치의 박지성을 불러내 헹가래를 쳤다.

박지성 은퇴 후 한국 축구는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에서 다시 한 번 그의 빈자리를 실감했다. 이번 대회 대표팀 '에이스'는 손흥민(레버쿠젠). 공교롭게도 박지성이 은퇴한 2011 아시안컵은 손흥민이 성인 국가대표로 처음 나선 국제대회였다. 인도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는 A매치 데뷔 골을 터뜨리기도 했다. 손흥민은 박지성의 등번호였던 7번을 달고 우승 문을 두드린다.

아시안컵 우승컵은 박지성도, '차붐' 차범근도 들지 못한 무거운 트로피다. 18세 차범근이 뛰었던 1972년 태국 대회에서 한국은 연장 후반 결승 골을 내줘 이란에 우승을 뺏겼다. 차범근의 아시안컵 최연소 출전 기록을 2011년에 깬 '제2의 차붐' 손흥민. 그의 발에 실릴 힘에는 차범근과 박지성이 못다 이룬 목표도 들어 있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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