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내내 정리해고다 명예퇴직이다 해서 한해가 떠들썩하더니 올해 노사협상에서는 새로운 양상이 빚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S그룹에서는 이미 과장급 이상 급여동결과 일반사원 급여 3% 인상과 아울러 고용안정을 위해 노력한다는 결정이 있었고 최근 발표된 대기업 임금조정안에서도 임금안정과 고용안정의 교환형식의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올해 임금협상은 앞으로 더 두고 보아야 할 것이지만 우리 경제의 현실을 볼 때 이같은 내용이 올해 노사협상의 대세로 나타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정부도 올해는 별도의 임금인상권고안을 제시하지 않고 노사간 자율적으로 임금과 고용문제를 함께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같은 노사협상의 양태는 이미 80년대에 선진산업국들에서 경험된 바 있다. 미국의 경우 80년대에 걸쳐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고용을 보장하는 임금교섭이 자동차산업등에서 이뤄졌다. 독일의 폭스바겐사에서는 얼마전 고용유지를 위해 근로시간의 단축과 이에 병행하는 임금감축을 내용으로 하는 협약이 이뤄진 바 있다.
중성장시대로의 구조전환기에 놓인 우리 경제에서 앞으로 고용문제는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대두될 것이다. 산업구조의 변화속도와 기업조직의 변화 등을 감안할 때 상당한 고용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물론 실직자들을 위한 직업알선서비스, 실업수당 등의 공공정책 확충이 뒷받침돼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선택의 문제는 기업내부에서 조직의 탄력성을 유지하면서 고용안정을 꾀하는 노력이 얼마나 이뤄질 것인가로 귀결된다.
미국에서 빚어진 지난 10여년간의 다운사이징은 경쟁력 제고에 큰 힘이 되었으나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 또한 엄청난 것이었다. 이에 비해 일본의 경우 지난 수년간의 지속적인 불황 속에서도 대규모해고의 예는 흔치 않다.
이같은 차이는 기업내부에서 고용안정을 위한 노력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일본의 노조 지도자들에게는 『우리는 모든 협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고용안정은 우리가 지켜야 할 마지노선이다』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잔업조정, 임시고용 감축, 보너스감축, 배치전환, 연관사 파견 등의 노력은 노사가 함께 비용을 치르면서 이뤄진 것으로 우리에게 많은 참고가 될 내용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