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합리적 온건노선… 성향차 극복못해
윤영관 장관은 이종석 NSC 사무차장, 서주석 NSC 전략기획실장 및 서동만 국정원 기조실장과 함께 2002년 대선과정에서 노무현 후보의 통일ㆍ외교ㆍ안보 정책자문을 하며 한 배를 탔다.
이들은 대통령직 인수위에서도 손발을 잘 맞춰 `외교안보분과 4인방`으로 불렸고, 정부 출범 뒤엔 각각 외교부와 NSC 국정원 등 외교ㆍ통일ㆍ국방ㆍ정보의 핵심라인에 포진했다. 하지만 현실에 맞닥뜨리면서 서로 다른 시각차로 인해 팀웍을 이루지 못하고 갈등을 빚었다.
이 갈등은 대미관계에서 합리적 온건 노선을 견지해온 윤 장관이 이 차장이나 서동만 기조실장 등 북한문제를 전공한 소장 진보학자들과 출신과 성향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장관은 서울대 외교학과를 나온 미국 유학파인 반면, 이 차장은 성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을 지낸 국내파 북한학자다. 서 기조실장도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 일본 도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북한문제를 전공했다는 점에서 윤 장관과는 `혈통`이 다르다.
따라서 이른바 `동맹파`와 `자주파`의 갈등에서 50대인 윤 장관이 외교ㆍ안보팀내 40대 자주파의 포위망을 뚫지 못하고 밀려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이 “외교부 일부 직원이 과거의 의존적 대외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참여정부가 제시하는 자주적 외교정책의 기본방향을 충분히 시행 못했다”고 지적한 대목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외교부를 향한 불신의 시각과는 대조적으로 노 대통령은 NSC에 대해선 “외교ㆍ안보 정책에 관한 여러 곳에서 보고서가 오는데, NSC 보고서는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게 하며 언제쯤 가서 무슨 결정을 해야 한다는 일정표도 관리해준다”고 신뢰를 표시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NSC의 이 차장을 중심으로 한 자주파의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진동 기자 jayd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