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이처럼 올해에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공적자금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고 합병 등 2차 구조조정도 앞당겨질 전망이다.21일 시중은행(국책·지방은행 제외)들의 연말결산 예상치를 조사한 결과 모든 은행이 연초 예상했던 결산 예상치를 30% 이상 낮춰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빛은행은 연초에는 연말 100억원 규모의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보았으나 대우사태와 미래상환능력(FLC) 기준에 따른 충당금 적립으로 1조~1조2,0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잠정 추산했다.
외환은행도 연초 1,000억~3,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최대 4,0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수정했다.
10억달러 규모의 주식예탁증서(DR) 발행을 사실상 내년으로 미룬 조흥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악화뿐 아니라 5,000억원 안팎의 대규모 적자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됐다.
제일·서울은행은 올해에도 천문학적인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제일은행은 적자가 3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상당규모의 흑자가 예상됐던 후발은행들도 대우사태 등으로 흑자예상 규모를 크게 낮춰 잡고 있다.
우량은행으로 평가받던 신한·한미은행이 1,000억원과 700~800억원의 소규모 흑자를 기록하는 데 머물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도 1,500억~2,000억원의 흑자를 낼 것으로 잠정 추산하고 있는 가운데 오는 11월 초 최종 결산예상치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이 대규모 적자가 예상됨으로써 연말 배당을 하는 은행도 신한·하나 등 두세 개 은행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내년부터는 클린뱅크로 다시 태어난다는 전략 아래 올해 가능한 한 최대규모의 충당금을 쌓을 계획』이라며 『이에 따라 내년에는 대부분의 은행이 흑자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자산건전성 기준을 강화하는 것 외에도 기업 부분의 마진(NET INTEREST MARGIN)이 악화일로에 있다. 특히 내년에도 대우 2차 채무재조정과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이어질 게 뻔하다』며 단시일 내 「이익의 선순환구조」를 회복하기는 사실상 힘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김영기기자YGKIM@SED.CO.KR